“‘철원 오대쌀’ 이용한 체험프로그램 한 가득”

▲ 쌀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병희 대표

“뚜루뚜루- 뚜루뚜루-”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이 오면 강원도 철원군 들판에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철새 두루미 울음소리다. 철원은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로 매년 겨울철 수천마리가 다녀간다.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매년 철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청정한 자연환경, 그리고 철새들의 먹거리인 곡식이 풍부하기 때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 위치한 뚜루뚜루영농조합법인(대표 이병희)은 이러한 지역자원인 철새 두루미, 우수한 품질의 오대쌀, 비무장지대(DMZ)의 청정한 자연 등을 십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며 농촌체험농장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주최하는 농촌교육농장 경진대회서 수많은 강원도 내 농촌교육농장을 제치고 장려상을 수상키도 했다.

마을자원 십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뚜루뚜루영농조합은 지난 2011년 마을주민 다섯 명이 힘을 모아 설립한 마을기업으로, 주요사업으로는 농촌체험프로그램 운영과 쌀눈비누 생산이다. 어찌 보면 다른 여느 마을기업과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지역자원도 놓치지 않고 십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에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다.

을기업 설립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뚜루뚜루영농조합 이병희 대표는 대뜸 스케치북을 가져와 펼쳐보였다. 스케치북에는 페이지마다 논, 쌀, 물 등 다양한 주제로 한 마인드맵이 한가득 적혀있었다.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체험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의 많은 고민의 흔적이 읽혀졌다.

이병희 대표는 “우선 마을기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며 “마을이 점점 고령화가 되고 있고, 나 또한 나이가 들었을 때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단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심하던 중 마을기업이 눈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마을기업을 만들고 우리 마을에서 마을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기 위해 스케치북에 마인드맵을 통해 생각을 확장해봤다”며 “철원은 ‘오대쌀’이 유명하고, 나를 비롯한 마을주민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고 있어 ‘쌀’을 큰 주제로 삼고 사업계획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뚜루뚜루영농조합은 처음엔 쌀 소비촉진을 위해 가래떡 등 오대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을 구상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식품제조관련 법이 너무 까다로워 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것. 즉석판매만 허용되는 제약으로 인해 판매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뚜루뚜루영농조합은 쌀과 더불어 지역의 특색인 철새 두루미와 DMZ 등을 연계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 ‘가득’


뚜루뚜루영농조합은 △쌀 관련 음식체험을 하는 ‘뚜루뚜루 낭만부엌’ △DMZ자연생태환경문화와 탐조를 하는 ‘뚜루뚜루 철새교실’ △쌀눈비누와 현미차, 향초 등 공예체험을 하는 ‘뚜루뚜루 방앗간’ 등 크게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직접 만든 쌀떡볶이와 주먹밥을 먹는 아이들
우선 ‘뚜루뚜루 낭만부엌’은 밥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 가래떡 등 떡으로 할 수 있는 요리 등 직접 쌀 요리 레시피를 개발해 만들어 먹는 체험이다. 우수한 영양을 지닌 쌀은 완전식품이지만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쌀 식체험을 통해 쌀의 건강한 먹거리를 이해하고 쌀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체험을 개발하게 됐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뚜루뚜루 철새교실’은 철원평야와 철새 서식지 자연환경의 이해를 돕기 위한 체험프로그램이다. 새 깃털, 새똥, 새 잠자리, 새 먹이 등을 통해 철새의 흔적을 찾는 활동을 한다. 또한 DMZ의 생태환경과 역사문화를 이해하고, 유적과 전쟁의 흔적 등을 찾는 체험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로 ‘뚜루뚜루 방앗간’은 쌀눈비누, 가마솥에 볶는 현미차, 현미야채식초, 철새 캐릭터 석고방향제, 건강한 향초 등을 만들고, 자연물과 재활용 자원을 이용,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철새를 만들어 보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그저 평범한 농촌마을이지만 잘 살펴보니 자원이 무궁무진했다”면서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쌀 소비촉진도 돕고, 마을의 일자리도 창출하며, 비무장지대는 ‘무섭다’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철원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 좋은 체험 ‘쌀눈비누 만들기’


특히 뚜루뚜루영농조합의 체험 중 가장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청정 오대쌀을 활용한 쌀눈비누 만들기라고 이 대표는 귀띔해줬다.

▲ 유기농 쌀눈비누
쌀눈비누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오대쌀에서 나온 쌀눈으로 만든 비누로, 뚜루뚜루영농조합의 대표 체험이다. 특히 철새 5종을 형상화한 비누틀을 자체 제작해 비누를 만들고 있어 반응이 더욱 좋다.

이 대표는 “쌀눈에는 많은 영양가가 함유돼 있지만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며 “쌀눈으로 비누를 만들어 체험과 주문제작을 하고 있는데 사용해본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뚜루뚜루영농조합은 이러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교육농장 품질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 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 경진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또한 매년 체험객 수가 증가해 수익도 늘고 있다.

이 대표는 “마을기업인 뚜루뚜루영농조합 자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뚜루뚜루영농조합을 주축으로 마을주민들이 각각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러한 구조를 통해 우리 마을이 하나의 문화마을로 거듭나, 우리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마을을 한 바퀴만 돌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을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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