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은 정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농업연구사


지난 3월 강원도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그로부터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이라는 뉴스가 들려온다. 인도는 최근 50도가 넘는 폭염에 400명의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미국에서도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홍수로 수 십 명이 사망하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이상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상 변화는 식량 수급, 병해충 발생 등에도 영향을 주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이를 완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세계 각국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파리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약속하였다.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여 2030년까지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출하였으며 올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설정할 예정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대표적인 6대 온실가스로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이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이산화탄소가 차지하고 있지만 농업부문에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주로 발생된다.

언뜻 생각하면 온실가스와 농사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벼농사를 짓기 위해 논에 물을 가둬놓은 상태와 가축이 사료를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과정에서는 메탄가스가, 작물 생산을 위해 사용된 비료에 의해서는 아산화질소가스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상승하는데 기여하는 정도가 1이라면, 메탄은 21, 아산화질소는 310이므로 적은 양이 배출되더라도 기온 상승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크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벼 재배 논물 관리와 화학비료 저감 등 여러 기술들을 개발했으며, 지금도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 개발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현재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그리고 기술을 적용시켰을 때 온실가스 감축량은 얼마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자발적 감축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배출량 산정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해서는 작물 재배 면적, 화학비료 투입량 등의 국가통계자료와 배출계수 등이 필요한데, 이 중 배출계수는 배출요인별로 구분된 고유값으로 여러 기초 연구 자료를 통해 만들어진 기본계수와 자국의 농업여건을 고려한 연구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국가고유계수로 나눌 수 있다. 국가고유계수를 적용하여 산정할 경우 국가별 환경과 재배 방법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기본계수를 적용했을 때보다 정확도와 신뢰도는 향상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농업부문에서 메탄 배출계수, 아산화질소 배출계수 등을 포함하여 총 12종의 국가고유계수를 개발했으며, 2019년까지 16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농업 활동의 특성 및 기상, 토양 등의 환경요인을 반영한 가상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활용하여 국가 및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실제 배출량과 비교하여 보다 정확한 배출량 산정할 계획이다. 가상 프로그램을 활용한 산정은 국내 온실가스 산정 분야 중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시도로 손꼽히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고자 여러 연구와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농업인을 포함한 국민들의 관심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좀 더 고차원적인 기술 개발을 이끌어낼 것이며, 농업인의 관심이 개발된 기술들을 현장에 빠르게 퍼뜨릴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첫걸음이자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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