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재 훈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수과 박사


지구온난화에 의한 극한기상(이상기상)은 나무에게 큰 시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고 고통스러워 할 때가 있는 것처럼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무 잎을 전부 떨어뜨리고, 뿌리째 뽑아 쓰러뜨리고, 나무 전체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

지난 2011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승인된 ‘극한현상 및 재해의 위험관리 특별보고서(SREX)’에 의하면 21세기 후반 폭염증가 가능성은 90%가 넘고 집중호우가 증가할 가능성은 66%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이렇게 자주 듣게 되는 ‘극한기상(이상기상)’이란 무엇일까? 세계기후기구(WMO)는 월 평균기온이나 월 강수량이 30년에 1회 정도의 확률로 발생하는 기상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자연재해로부터 최신 농업기술은 사과나무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적고 잦은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피해를 줄여 왔다. 하지만 아주 드물고 큰 자연재해에 대한 농업의 취약성은 연구가 좀 더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쉽게 살펴보면 극한기상이란 과도한 집중에서 문제가 된다. 온도가 아주 높거나 낮거나, 비가 아주 많이 오거나 지독한 가뭄이다. 사람도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듯 사과나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집중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재배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소극적인 대응 방법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며 효율이 높다. 과수의 종류(작목)를 다양하게 하고, 품종도 조생종에서부터 만생종까지 분산시켜 놓는 것이 좋다.

또한 신뢰수준과 가능성이 높은 정확한 예측으로 극한기상에 대비하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온 말로 “명민한 사람은 [일이] 싹도 트기 전에 미리 알고, 지혜로운 사람은 위험이 나타나기 전에 피한다.”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홍수 등의 재해에 대비해서 보수능력이 큰 낙엽활엽수를 재식하여 대응했다. 이렇게 자연생태학적으로 완충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자연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재해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빈번한 집중호우와 침수가 우려되는 경우 치수(治水) 대책을 마련하고, 가뭄에 의한 한발이 예상되는 지역은 관개시설을 정비한다. 태풍과 해풍 같은 강풍이 염려되는 경우에는 방풍림이나 파풍망의 설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환경스트레스 내성의 생리생태학적 구명으로 고도의 환경스트레스 내성을 가진 품종 선발 등의 적극적인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이용하여 지적인 설계를 통한 스마트한 육종이다.

선사시대 대홍수로 알려진 노아의 방주에서 신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것을 알려주었다. 동물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잘 챙기도록 했지만, 식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식물은 자연재해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식물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끝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담긴 ‘맛있는 과일’을 먹으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우리들 일상에 커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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