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길
국립농업과학원 기획조정과장



‘삼농(三農)’이란 말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농업정책으로 주장했던 것인데, 편농(便農), 후농(厚農), 상농(上農)을 의미한다. 편농은 농사를 편히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뜻하며, 후농은 정부가 각종 정책을 펼쳐 수지맞는 농사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상농은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다산의 삼농정책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에너지 절감기술, LED 등 보광기술, 기계공학기술 등 최신의 과학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농업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높인 농장을 말한다. 이 스마트팜의 등장으로 편농이 가능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면 농작물의 생육 환경과 시설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며 뜨거운 햇볕에서 비지땀을 흘려야했다. 또 거의 하루 종일 비닐하우스에 붙어 있다 보니 다른 볼일 볼 여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팜에서는 양분, 온·습도, 햇볕량, 이산화탄소 등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구동해 최적의 재배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팜이 등장하면서 농업인의 일손 부담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만 있으면 집 안방에서는 물론 외출해서도 심지어 여행가서도 농장을 관리할 수 있어 농사일이 편리해졌다. 매일같이 비닐하우스를 찾는 일도 없어져 농업인의 삶도 한결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덕분에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최신의 영농교육 등을 배울 기회는 많아졌다.

스마트팜은 후농의 실현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경우 도입 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생산량이 25% 늘어났다. 상품의 등급이 높아지는 비율인 상품 출현율도 12% 상승했다. 반면 고용 노동비는 9.5% 절약했다. 이러한 요인 덕분에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총수입은 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농의 실현도 스마트팜이 앞당기고 있다. 고된 농사일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비닐하우스에 묶여 옴짝달싹 못했던 삶에 여유를 불어넣으며,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많이 생산해 농가 소득을 올림으로써 농업 그리고 농업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스마트팜은 삼농의 실현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 현안을 해결하는데도 꼭 필요하다. 현재 우리 농업은 농산물 수입개방, 이상기상 현상, 농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변화와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마트팜의 개발과 확산이 시급하다.

첨단 과학기술이 녹아든 스마트팜은 이제 우리 농업에 있어 선택적인 요소가 아니다. 다산이 꿈꿔왔던 삼농을 현 시대에 실현해 나가고, 우리 농업을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스마트팜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앞으로 누가 더 빨리 첨단의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하여 확산시켜 나가느냐가 미래 농업의 경쟁에서 이기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벌써 첨단 기술의 요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 많은 IT 기업들은 농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예측하고 스마트팜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농업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영농 여건과 농가 수준에 적합한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팜 시대다. 스마트팜이 열어가는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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