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통해 소소한 즐거움 느끼면서 살아요”

호두는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작물중에 하나다.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호두와 밤을 재배하는 박세정씨는 10여년전 남편과 함께 귀농해 알찬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평생 주부로만 살다가 공직에서 은퇴한 남편을 따라 정착한 그녀는 낫도 한 번 안 잡아봤을 정도로 농사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농사꾼이 다 되어있다.

“처음에는 천안에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나무와 산을 너무 사랑하셨어요. 귀농하고 2년 정도 있다가 남편이 돌아가시고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신 양반 산소 앞에서 원망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제대로 된 수확을 하게 됐어요.”

그녀는 지금 바람개비를 응용해서 새도 쫓고, 유기질 비료도 만들어서 쓰는 등 어느 농업인 못지 않은 농사실력을 자랑한다. 또 모르는 것은 찾아가서 묻고, 마을사람들과도 스스럼 없이 지낸다. 또 얼마 전에는 세척기와 건조기를 마당에 들여서 제대로 된 호두와 밤을 내놓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밤을 꽤 수확해서 공판장에 내놓았는데 뭐 떼고, 뭐 떼고 하니 10kg 한 자루에 1만원도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고아원, 교회에 다 나눠주었어요. 큰 돈 바라는 건 아니지만 몇 년을 키워도 소득이 안 나오니 속상했어요. 이래서 귀농이 힘든건가 싶었어요.”

그녀의 농장에는 호두나무와 밤나무 말고도 토마토, 고추, 초석잠 등이 자라고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자식들과 모두 나눠먹는다. 특히 나누며 사는 삶이 정답이라고 믿는 그녀는 자연으로부터 공기와 물을 조건 없이 제공받는 것처럼 열심히 키워내는 작물들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욕심을 부려서 뭐해요.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올 해 호두하고 밤이 잘 되면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도울 생각이에요. 기부금 형태로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해서 훌륭한 학자나, 호두박사와 밤박사가 될 수 있잖아요. 이런게 어른들이 해 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귀농을 후회하지 않는다. 귀농으로 얻게 된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 부부가 손잡고 집 주변을 산책했던 일이며 눈 내리는 날 집 앞 나무에 쌓인 눈을 감상했던 일은 도시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재미였다. 무엇보다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시골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귀농이었지만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뜻하지 않은 즐거움과 어려움까지 모두 더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귀농의 묘미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 저기 나무위에 반짝 거리는 바람개비 보이시죠. 저게 제가 직접 만든거에요. 대나무에 바람개비를 만들어서 나무에 걸쳐 놓으니 새가 많이 달라 들지 않아요. 근데 유통기한이 2년밖에 안된데요. 새들도 머리를 쓰더라고요. 우리 딸이 특허 내라고 하면서 한바탕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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