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석  곤
한국농촌지도자함양군연합회장



농업인들에게 자연재해는 큰 위협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노력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것은 물론 생계마저 휘청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자연재해는 자연의 현상이라며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아니다. 최근 자연재해는 이상기온으로 인한 것이 다분한데, 이상기온은 환경오염에 의해 발생되고 있으며 이는 분명 사람들이 원인제공을 한 것이다.

또 환경오염은 도시의 산업화로 인해 발생되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인들이 식량자급자족과 소득증대를 위해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이뤄오면서 비료, 농약, 비닐 등을 많이 사용해왔다. 오남용으로 인해 많은 농토가 오염됐다. 어찌 보면 농업인들은 오염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오염원을 농업인들이 스스로 해결하고자 함양군 농촌지도자회원들은 8년 전부터 농약빈병수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천해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상남도 농촌지도자회 8개 시ㆍ군에 벤치마킹을 해줘 농약빈병수거 운동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 외 타 시ㆍ군의 농촌지도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도 농촌환경정화운동으로 농약빈병 등 영농 폐기물 처리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농촌환경정화운동으로 함양군은 마을에 버려진 농약빈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환경이 많이 개선됐고, 농업인들의 인식도 개선됐다.

그러나 농촌환경정화운동을 이어오며 영농 폐기물은 농약빈병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심각한 오염원은 바로 사용 후 남은 ‘잔량의 농약’이었다. 농가마다 사용 하다 남은,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농약이 창고에 쌓여 있거나 농장주변에 버려 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잔량의 농약’은 토양이나 하천에 흘러가면 또 다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시급하게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수거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잔량의 농약을 폐기, 처리할 곳이 마땅히 없었다.  

환경공단에 의뢰하니 빈병이나 재활용 할 수 있는 용기와 봉지는 처리 해 줄 수 있지만 잔량의 농약은 독극물이라 처리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작물보호협회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함양군 도시환경과를 찾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이나 수거 계획이 전혀 수립되어 있지 않아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상황에서 예산을 세우는 것이 어려운 실정인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 군 뿐만이 아니라 전국 적일 것이다. 농업인들이 스스로 환경오염원을 해결 하고자 해도 처리할 곳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한 토양에 묻거나 버릴 수 박 에 없지 않겠는가.

말로만 환경, 환경을 외칠 것이 아니다. 문제점 하나에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안 된다면 우리 후대들에게 오염된 국토를 물려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리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을 미뤄간다면 결국은 우리 국민들이 모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농업인들도 농촌환경정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 후손들에게 깨끗한 우리 국토를 만들어 물려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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