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벼농사가 대풍을 맞았지만 농업인들은 풍년의 기쁨보다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매년 쌀 재배면적은 줄고 있지만, 재배면적당 생산량 증가와 기상 호조로 올해도 목표치를 크게 증가한 42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올 한해 햅쌀만 소비한다고 가정해도 30~40만 톤의 쌀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 밥상용 쌀 수입을 허용한데 이어, 올 풍년마저 겹치면서 국내 쌀 시장 상황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80kg기준 16만원 가격을 형성하던 햅쌀 가격이 올해는 13~14만원 가격대로 폭락, 지난해 대비 15%이상 쌀값이 떨어졌다. 이처럼 쌀값이 하락하자 일부 농업인들은 벼를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매년 쌀 재고미가 늘어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쌀값은 떨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농업인들의 속은 지금 말이 아니다. 쌀 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공급이 많으면 쌀값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쌀 재고미 처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벼 수확철이 다가오면 농업인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한숨이 깊어지고 농정당국 또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확철 쌀 재고미 처리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제도 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수확철 쌀값이 하락하면 정부는 매년 임기응변식 시장격리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농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일시적인 시장격리정책으로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쌀문제 만큼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연간 4천억 원이 넘는 돈을 쌀 재고미 관리에 쓰고 있다. 또한 쌀값이 하락할 경우에는 하락분에 대한 보전에도 많은 예산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이 최근 5년간 매년 되풀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곡물자급률이 23%에 불과하다.

논에서 쌀 중심의 재배에서 벗어나 맥류 중심의 재배 패턴을 바꿔나가는 정책도 필요하다. 다른 작물로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쌀은 우리민족의 식량이고 논은 우리 농업의 절대적 보루다. 그러나 정부의 농정책이 매년 쌀 과잉문제로 인해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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