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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남북통일
2016년 09월 30일 (금) 16:19:27 박형진 시인 .
벌써 추분이군요. 낮과 밤의 길이가 똑 같다는 추분, 하지만 약 나흘 뒤쯤이나 정확하게 밤낮길이가 같아 진다네요. 추석 지나고 나서 가물기만 하던 이쪽 서해안지방도 비가 참 얌전하게 많이 와서 이제는 정말 가을 날씨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일교차 때문에 이런 날씨가 너무 갑작스런 건 아닌지 한편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러긴 해도 때가 때인 만큼 이제는 가을을 맘껏 향유해야겠습니다. 새파랗게 닦인 하늘, 뭉게구름, 고추잠자리, 고개 숙인 벼이삭들.

그런데 요즈음 참 마음이 언짢고 화나고 더 나아가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억누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올해도 벼농사는 보기 드문 대풍작인데, 그래서 쌀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데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은 이게 말인지 개밥인지 농업 진흥지역 해제를 통해서 쌀의 과잉생산을 막겠답니다. 그러면 벼농사가 흉작이 되어 자급율 이하로 떨어지면 해제된 진흥지역에 세워졌던 공장들을 하루아침에 철거하고 다시 농지로 돌릴 수 있답니까? 그때도 자동차 반도체 팔아서 쌀 사올 수 있답니까? 이런 정책을 내 놓는 사람들이 우리가 세금 내서 먹여 살리는 공무원들 정치인들 맞는지 모르겠군요.

식량의 자급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기후와 국제정치, 민족, 종교 갈등들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고 항구적으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서 다루어야할 중요한 문제일 텐데 수입쌀 하나를 막아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이제는 우리의 심장인 옥토를 공장으로 만들겠답니다그려. 에라이 쎄를 빼서 죽일! 농민들이 오죽하면 다된 벼논을 갈아엎겠습니까? 그것을 무슨 퍼포먼스라고 치부하며 웃는 모양이지만 제 보기에는 나라 망하고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섬뜩한 모습이라 여겨지는군요. 그러면서 농민들이 주장하는 게 뭡니까? 제발, 남아도는 쌀, 최악의 홍수피해를 견디고 있는 이북에 보내서 남한의 쌀값 폭락도 막고 이북 동포도 살리고 그것으로 하여 남북통일도 앞당기자는 것 아닙니까?

못 배우고 못나서 농사를 짓는다 생각하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농민들이야말로 다시없는 애국자요. 정권의 무슨 고매한 논리인지 민간의 인도적 지원까지를 막는, 그래서 전쟁의 불구덩이도 아랑곳 않는 윗대가리님들은 제보기에 매국노 이완용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전쟁나면 저 먼저 살겠다고 도망갈 사람들, 국민들은 기아에 허덕여도 숨겨놓은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따위 말도 안 되는 것을 정책이랍시고 내 놓을 턱이 없지요. 한강 다리 끊어 놓고 대구 부산까지 도망갔던 이승만이가 했던 짓거리들이 꼭 다시 벌어질 것만 같은 이 기시감들은, 이 반복되는 희극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열 받아서 좋을 것 없으니 이쯤해서 그만 할랍니다마는 불과 몇 년 전에도 농민들이 다 된 벼논을 불태우고 쌀을 길가에 뿌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역시 지금과 같은 상황, 같은  주장을 했어요. 저는 농민들이 나락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시를 한편 썼습니다.

이것은 전복의 춤,/ 이제껏 만들지 않았던/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한/ 맷돌질의 노래다// 춤을 춰라!/ 저 불타는 벼논 속에서// 노랠 불러라!/ 야적의 나락 가마 옆에서// 농사꾼이/ 지은 농사 팔지 못하고/ 쌓아놓고 나눠 먹을 때/역설적이게도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 유토피아다 춤을 춰라/ 세상을 바꾸는 전복의 춤/세상을 갈아 버리는 맷돌질의 노래// 투쟁의 제단에 바치는/ 농투산이의 거친 영혼에 바치는.    -춤(전문)-

저도 해마다 쌀을 파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도시에 사는 분들과 직거래 형태로 쌀을 팔아 왔는데 소비자분들이 사주는 양이 해마다 줄고 또 줄어서 제 작년부터는 거의 반절은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짓는 면적이 4000평방미터 즉1200평뿐이어서 약2000kg의 쌀을 생산하는데도요. 쌀의 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고 쌀이 남아도니 값이 떨어지는 것은 뻔한 일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싼 유기농 쌀은 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올해는 제 안식구와 이런 상의를 했어요. 지금껏 제 쌀을 사주신 모든 분들에게 올해는 쌀 한가마니씩을 무조건 그냥 드리자고요. 그리고 남는 쌀은 제 트럭에 싣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 동포들에게 가져다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쌀을 거져 주겠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던 아내가 이북으로 가져가겠다는 말에는 놀라 입을 벌리더군요.

 제가 아마 유명인사라도 되려는가보다고 생각했겠지요. 말은 그렇게 했습니다만 어찌 보면 무모하고 서글픈 이 현실이 자꾸만 독일 통일의 모습으로 오버랩됩니다. 우리300만 농민이 다 그렇게 쌀을 싣고 판문점 철조망을 밀어 버리고 올라갈 수 있다면 -

*고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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