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종  철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장



요즘 매스컴을 달구는 가장 핫한 뉴스는 가을로 접어든 절기가 무색할 만큼 뜨거운 날씨 소식이다. 연일 기상관측사상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과 열대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깊은 관심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대의 배치와 변화로 요즘의 기록적인 폭염을 설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추석이 다가오면 이 또한 잊히겠지만, 앞으로도 여름마다 폭염이 반복될 우려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리고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FAO (국제연합식량기구)와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등의 국제기구들은 토양 탄소관리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작년 ‘세계 토양의 해’에는 토양탄소를 매년 0.4%씩 저장하자는 ‘4‰ (4퍼밀, 4/1000) 이니셔티브’ 운동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토양 내 탄소총량은 2,500Gt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기 중 탄소총량 760Gt의 3.3배에 달하는 양이다. 따라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 량 만큼을 토양에 다시 돌려주자는 것이 이 운동의 요지이다.

토양탄소 저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기후, 토양 종류, 토지이용, 작물재배방식, 비료사용, 경운, 식물체 잔사관리 등이 있다. 기후 요인 중에는 온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일반적으로 온도상승은 유기물의 분해를 촉진시켜, 탄소의 손실을 가져온다. 또한, 토양 종류에 따라서도 점토(찰흙) 성분이 많거나 유기물이 많은   토양은 양분을 보유하는 능력과 탄소보유능이 높아진다.

토양탄소를 늘리는 3가지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정 규모 이상의 농경지 면적을 유지하고 관리해야 한다. 도시화로 인해 줄어든 농경지 면적만큼 탄소저장량은 줄어든다. 실제로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토양탄소 저장량은 20년 전보다 약 1,200 Gg 정도 줄어든 상태이다. 그러므로, 식량생산은 물론 토양탄소 함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경지 면적 유지에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적절한 작물재배 방식이다. 벼 단일작물만을 재배하는 것보다는 동계 사료작물이나 풋거름작물 등을 겨울 논에 재배해  토양탄소 함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토양탄소의 함량이 증가하면 토양유실을 막아 토양보전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셋째는 합리적인 농경지 관리이다. 작물재배 시 퇴비의 적절한 사용 및 경운관리 방법으로 토양 내 탄소 함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퇴비를 사용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경운하면 토양 내의 탄소 함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토양 내 탄소 축적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지만, 부적절한 토양관리로 인해 아까운 토양 내 탄소가 쉽게 대기로 방출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농경지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올해 정부는 흙의 소중함과 보전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흙의 날(3월 1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농업의 근간인 흙은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본적 토대이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축적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고마운 존재다. 이상기온 등으로 지구온난화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때에 지구온난화를 저감할 수 있는 적절한 농경지 유지와 관리를 실천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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