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조건, 개설자 평가 ‘논란’

가락시장의 6개 도매시장법인(농협공판장 포함)의 재지정이 다가오면서 지정조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가락시장의 경우 특정 도매시장법인의 지배주주 변경 승인 과정에서 제기된 행정소송 판결(서울행정법원 제12부. 2015.12.3.)을 통해 “법령상 근거 없이 주식양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지정조건은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한다”(본지 인터넷기사 ‘집중분석-도매시장법인의 지배주주 변경 논란’ 2015.12.31.)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또한 농안법 개정(공포 2014.3.24.)으로 도매시장 평가가 일원화됨에 따라 개설자 평가를 담고 있는 지정조건의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배주주 변경에 대한 개설자 승인…“법률적 효력 없어”

가락시장 청과부류의 기존 지정조건(2012~2016)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지정조건 제5호 “지배주주를 변경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개설자 승인을 얻어야 하며, 정관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변경 20일 전까지 사전 보고하야여 한다”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통해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럼에도 논의되고 있는 새 지정조건(2017~2021)에서 조차 지배주주 변경시에는 개설자 승인을 먼저 받도록 하고 있다. 기존 지정조건과 다른 점은 도매시장법인의 정관에 개설자 승인에 대한 규정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의 정관 개정은 주주총회 의결사항.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사기업의 정관 개정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해당 조항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지준상 과장은 “당시 서울행정법원이 판결한 권고안에 따라 수정한 내용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판결을 접했던 도매시장 관계자는 “서울행정법원이 판결한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개설자의 권한만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농안법 위에 지정조건?…“손 안대고 코 풀기”

지난 2014년 3월 24일 공포된 농안법 개정안은 도매시장 평가제도의 일원화를 담고 있다. 당시 농안법 개정안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마련된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로 도매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핵심이었다.

따라서 기존 지정조건이 담고 있던 개설자 평가 항목은 새 지정조건에서 삭제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논의되고 있는 새 지정조건에서는 개설자 평가를 “재지정조건 연도별 평가”라는 말로 바꿨을 뿐이다. 또한 “70점 미만 득점이 2회 이상 시 재지정에서 제외한다”라고 강제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상위법인 농안법을 뛰어넘는 내용이다. 농안법과 기존 지정조건은 재지정 조건에 미흡할 경우 “~하지 않을 수 있다”또는 “~할 수 있다”라고 권한을 규정했다면, 새 지정조건은 “제외한다”라고 강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 지정조건으로 논의되고 있는 20개 항목 가운데 신규로 포함된 9개 항목들이 재지정 평가와 관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본연의 관리업무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새 지정조건은 △안전성 검사 △시설물에 대한 관리 및 전담인력 배치 △도매시장법인별 관리구역 내의 도소매 분리이행 △관리구역 내의 무단시설 및 무허가 상인 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도소매 분리 이행과 무허가 상인 정비를 도매시장법인의 지정조건에 포함시키는 것은 개설자 본연의 업무를 포기한 행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새 지정조건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을 강제하고,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어 퇴직자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정률제에 대해 지정일로부터 3년이내 시행을 지정조건에 담고 있는 등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논의 중인 새 지정조건을 접한 한 도매시장 전문가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몰만 관리하는 가락몰 임대사업자가 되려는 듯,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도매시장 관리업무조차 새 지정조건에 삽입시키려 한 모양새”라며 “사기업의 이사회와 정관까지 강제하려는 월권을 시도하면서 도소매 분리와 무허가 상인 정비 등 골치 아픈 업무는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