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봉 남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



식물은 토양과 공기로부터 흡수하는 영양분 또는 인위적으로 공급해 주는 비료에 의존해 생장한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18종류의 원소를 필요로 한다. 이들 가운데 공기를 통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을 통해 얻어지는 탄소(C), 수소(H) 및 산소(O)는 식물의 구조를 만들고 식물의 에너지원인 설탕 및 전분과 같은 탄수화물을 만드는데 활용된다.

식물의 생장에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다량원소 가운데 질소(N), 인(P), 칼륨(K)은 특히 식물체내의 효소 작용이나 생화학 과정에 관여한다. 특히 질소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와 RNA의 주요 구성 물질 중 하나이며, 단백질 및 엽록소를 만드는데 필수원소이다.

따라서 작물의 생육은 토양에 존재하는 질소의 양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질소질 비료가 귀한 1800년대에는 페루 해안의 바닷가의 바위섬에 쌓인 새들의 배설물이 수천 년 동안 쌓여 만들어진 구아노가 질소나 인이 많아 식물에 질소를 공급해 주는 좋은 자원이었다.

페루의 구아노는 1840년대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이것은 곧 기적의 비료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는 화학비료가 만들어지기 전에 작물에 필요한 주요한 질소 공급원으로 이용되었는데, 19세기에는 구아노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벌어졌다고 한다.

화학비료의 사용은 1950년대에 처음으로 농민들이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하여 외부로부터 양분을 투입하는 것에 의존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도한 비료의 공급은 부족한 것만큼이나 피해를 준다. 집약적 농업은 전 세계에서 토양 황폐화 문제를 일으켰다.
시설재배지 토양은 연중 집약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비료가 반복적으로 뿌려지고, 이로 인해 잔류 비료의 집적에 의한 생리장해 및 병이 발생하는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은 겉흙을 붙잡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유기물을 고갈시키거나, 토양속의 유기물을 분해시키는데 필요한 미생물을 감소시키고 토양 구조를 다지기 때문에 흙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늘날 농부가 실제로 밭에 뿌리는 질소질 비료 중에서 약 절반만이 농작물에 흡수된다고 한다. 가장 효율적인 농법을 사용하더라도 질소의 흡수율은 70퍼센트를 넘기 힘들다. 이렇게 경작지에서 흘러나온 비료는 지표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화학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연자원인 석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자원의 낭비도 줄이고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 이상으로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물이 얼마만큼의 양분을 요구하는 지는 작물이 얼마만큼 자라기를 기대하는지 사람의 기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서, 작물의 생육 상태를 보고 비료를 공급해 주기도 하고 관행적으로 일정한 양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작물의 생육 상태를 보고 비료를 공급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작물의 생장하는 모습으로 필요로 하는 비료의 종류 및 양을 모두 알 수는 없으므로 재배지 토양의 양분 분석을 통해 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양분의 과부족을 확인한 후에 공급하는 것이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줄이고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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