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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반장님
2016년 10월 20일 (목) 10:12:15 이대식 .
군단위의 지자체에서 가장 말단에 있는 행정조직책임자가 이장입니다. 그럼에도 시골에서 이장의 권한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영향력도 꽤 있는 편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때로는 귀농 귀촌한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텃세의 주동자이기도 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어느 사회나 완장을 차고 거들먹거리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때론 그 알량한 권한을 무리하게 휘둘리다 동네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얘기지요.

제가 사는 곳은 명색이 시지역인지라 그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이장은 없지만 나이가  근 80이 다 된 반장님이 있습니다. 본인의 말로는 벌써 십년 가까이 반장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할 사람이 없어 자기가 고생한다는 불평을 달고 다니지만 어쩐지 반장 직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한 달에 꼭 한 번씩은 월간으로 발행되는 시정홍보지를 배달하는 일이 우리 동네 반장님의 주 임무라 우리 부부가 집을 비우고 출타하지 않는 한 반드시 집으로 찾아옵니다.

이미 십 수 년 전에 폐교된 분교에서 소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하고 이 동네에서 아들·딸 결혼시키고 마을 초입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반장님은 벌써 몇 년째 똑같은 말로 제 일손을 멈추게 만듭니다.

4년 전 처음으로 제집을 찾아와 자기가 반장이고 자기는 어떤 사람인지를 근 30여 분에 걸쳐 주저리주저리 말씀하더니 매년 매달 그 레퍼토리가 변함없이 반복되는 통에 일손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바쁘다고 박정하게 자를 수가 없는 게 이 양반이 귀가 어두워 남의 얘기를 잘 못 듣고 본인 말만 계속하니 그저 얘기를 멈추길 기다리는 수밖에 대책이 없습니다. 더욱이 뭔가 마실 거나 먹을거리를 내지 않으면 눈치를 주니 집사람이 커피를 끓이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매실발효액이라도 물에 타서 내놓아야 합니다.

어쩌다 시내출입을 하다 마을 초입에 있는 논이나 밭에서 경운기로 작업을 하는 반장님을 보면 신체적으로 멀쩡해 보이는데 시정홍보지를 검은 비닐에 꽁꽁 싸매 옆구리에 끼고 길을 걷는 모습은 보기에도 힘들어 보일 정도로 어기적거립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도착해서는 누구네 집에서 커피마시고, 누구네 집에서는 과자를 내와 먹었다며 빨리 뭔가를 내오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사람이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은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도시에서 귀농귀촌해서 사는 이들과 원주민과의 갈등이 보통 일어나는 문제점인데 때로는 정반대의 경우로 원주민들이 오히려 곤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골폐교를 활용해 커피숍을 운영하던 젊은 아가씨에 대한 얘기는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가까운 사이라고 믿었던 어떤 이의 계속된 민원접수로 인해 업종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모양입니다. 뭔가 사이가 틀어진 계기가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원을 제기하는 그 이의 심성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음악 크게 틀어놓기 등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서슴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반장이나 통장이 서로를 중재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애써야 되는데 마을 규모가 작다보니 인근 규모가 큰 다른 동에 흡수된 형태인지라 통장은 멀리 거주하고 반장님은 무슨 일인지 잘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갈등만 커져 갈 따름입니다.

멧돼지와 고라니로 인한 피해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어렵게 찾아온 포수의 총소리에도 민원을 제기해 포수들이 동네에 오지 않으려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을 정돕니다. 예년에 비해 무더위가 유난히 극성을 부리는 올 여름, 더 이상 반목 없는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서로가 작은 불만은 감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될 텐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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