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고수하는 고집스러움이 최고의 ‘전통 장’ 만든다”

자신의 뜻이나 생각을 굽히지 않는 것을 ‘고집’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고집은 때때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우리 전통 문화와 먹거리를 지키는 일에서는 이 고집스러움이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전통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전통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편함과 빠름을 강조하는 요즘 현실에서 우리 전통 식생활인 슬로푸드를 지켜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대표적인 슬로푸드인 장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운데 고집스럽게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전통 장을 만드는 곳이 있다.

 “기본을 잘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다”며 스스로 만든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전통 장류를 만들고 있는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동막동의 ‘(주)토종’(대표 염선이)을 찾아 토종이 만들어내는 장맛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본 지키는 것이 중요…재래방식 고수

토종에 들어서니 따사로운 가을 햇빛에 반짝이는 300여개의 장독대가 먼저 반긴다. 이어 장류제조장을 들어가니 장을 만드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와 깨끗하게 잘 관리된 내부가 눈길을 끈다.

지난 2013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며 장류사업을 시작한 토종은 본격적으로 장류사업을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3년여 밖에 되지 않지만, 깊은 장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맛 좋던 시어머니의 장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염 대표가 장류사업을 시작하기 수십년전부터 장을 담가온 내공이 있었기 때문. 또한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50년 된 씨간장을 사용해 장을 담그기 때문에 깊은 맛을 낼 수 있었다.

염 대표는 “장은 단기간에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깊은 장맛을 낼 수 있다”면서 “장을 판매한 기간은 짧지만, 그간 깊은 장맛을 내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온 긴 시간과 경험들을 토종의 장맛에 오롯이 담아냈다”고 말했다.

토종은 현재 된장, 고추장, 간장 등 3종류의 장류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토종이 위치한 지역명인 ‘동막골’과 정직한 장류를 생산한다는 의미의 ‘참’을 모아, ‘동막골 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장을 판매하고 있다.

종이 생산하는 장의 가장 큰 특징을 묻자 염 대표는 “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염 대표는 “된장은 된장다워야 하고, 고추장은 고추장다워야 한다”며 “전통 장맛을 내려면 결코 멋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토종은 옛날 시골 방식 그대로, 할머니가 만들어준 옛날 장맛을 내기 위해 재래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다른 특별한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순수한 장맛을 고집하는 것이다.
염 대표는 “최근 다양한 기능성 된장, 고추장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며 “기능성 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전통 장맛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선 전통방식, 전통 장맛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0년 넘은 씨간장 사용…깊은 맛이 일품

토종은 장을 만드는 재료도 국내산, 특히 지역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콩, 고춧가루 등 장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를 직접 재배하거나 마을주민들이 재배한 것을 수매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금은 국내산 천일염을 4년 이상 간수를 뺀 후 사용하고 있다.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만들어야 장맛이 쓰지 않고 깊은 맛을 낼 수 있기 때문. 또한 집안 대대로 전해온 50년이 넘은 씨간장을 이용해 담그고, 장 가르기 할 때 간장을 많이 빼지 않아 깊은 감칠맛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된장은 3년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쳐 비로소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추장은 엿기름을 6시간 이상 달여 만들어 은은한 단맛과 풍미가 일품이다. 토종은 이처럼 100% 국내산 재료로 모든 제품에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을 고수해 만들고 있어 점점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염 대표는 “최근 청원생명축제서 토종의 장을 홍보하기 위해 된장국을 끓여 축제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시식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짜지 않고 깊은 맛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그동안 장을 만들며 들인 정성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토종은 깊은 장맛과 함께 안전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그 무엇하나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토종의 장 제조장에는 무쇠가마솥이 아닌 알루미늄 가마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무쇠가마솥이 쉽게 녹슬기 때문. 녹슨 물이 혹여나 콩 삶을 때 들어갈 우려가 있어 무쇠가마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염 대표는 설명한다. 또 고무대야도 사용하지 않는다. 고무대야는 폐비닐 등을 수거한 것을 녹여서 압축해 만들기 때문에 환경 호르몬이 나올 수 있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는 장이 되길”

토종은 앞으로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전통의 장맛을 내기 위해 이러한 고집스러움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염 대표의 남편 박화규 씨가 올해 전통장류제조사 1급을 획득한데 이어, 전국의 내놓으라는 장류제조장을 견학하는 등 장맛 연구에 내조와 외조에 적극 나서주는 만큼 앞으로 더욱 깊은 맛의 전통 장맛을 내기 위해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토종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전통식품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앞으로 GAP를 추가로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더불어 마을기업으로서 지역민이 생산한 콩을 시중가보다 비싼 값에 수매하고, 일자리 창출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다.

염 대표는 “5년 뒤건, 10년 뒤건, 토종은 언제까지나 열심히 장을 만드는 모습이었으면 한다”면서 “다른 욕심은 없다. 그저 소비자들이 속이지 않고 열심히 장을 만드는 토종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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