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치품이 아니에요”

“꽃(화훼)은 사치품이나 뇌물이 아니에요. 그리고 남보다는 나를 위해 꽃을 많이 사야해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꼭 한달째가 되면서 화훼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많은 지역의 판매물량과 가격이 예년보다 50% 떨어졌다.

경기도 평택시 다난농원은 20년째 호접란을 키우고 있는 화훼농가로 이 곳 역시 지금쯤 꽉 차 있어야 할 베드가 텅텅 비어있다. 김복순 대표는 꽃이 왜 사치품이나 뇌물처럼 인식되는지 답답하다.

“꽃(화훼)은 사치품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필수품이에요. 꽃은 행사용이나 기념일에만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비교적 경제수준이나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꽃 소비도 높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아직 이 식물들이 주는 이로움을 즐기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이제는 김영란법 때문에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실제로 한 국회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이후 1주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화훼 경매물량은 20%, 거래액은 30%가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특히 호접란은 80~90%가 선물용으로 활용되는 작물이라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20~30년 동안 꽃농사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품종등록도 해봤고, 아직도 하고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어렵게 생겼어요.”
다난농원이 개발해 품종보호등록을 받고 있는 호접란 홍은 꽃이 크고 배열이 잘 되어있어 시중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렇다면 다난농원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 상황을 헤쳐 나갈까.
“지금은 뾰족한 수가 없어요. 물량을 줄이고, 생산비를 줄여서 버티는 방법밖에 없어요. 아마 다른 농가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호접란도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요. 예년처럼 물량을 갖고 있으면서 판매가 안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잖아요. 그나마 저희야 오래한 경험으로 어떻게든 버텨 나가려고 하는데 소농이나 융자가 많은 분들은 더 힘들거에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꽃소비 문화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따르면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 화훼선진국은 70%이상을 가정이나 사무실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선물용 또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 특정시기에 꽃 소비가 몰리고 있다.

“장미 한 송이도 피어있는 순간에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한거에요. 꽃이 피어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면 그걸로 값을 다 한 것이잖아요. 근데 우리는 피어있는 동안에도 곧 버린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값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문화가 생긴것 같아요. 남보다는 나를 위해 꽃을 많이 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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