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방주와 소농 그리고 농업의 미래 토론회’ 개최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업과 행복한 미래’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주최로 ‘맛의 방주와 소농 그리고 농업의 미래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토종자원과 소농 그리고 농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 이어 △앉은뱅이밀(백관실 금곡정미소 대표) △밀랍떡(최종호 양평착한떡마을 대표) △제주도 맛의 방주(김민수 슬로푸드제주지부 대표) 등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또한 사찰음식연구회에서 밀랍떡, 다금바리, 제주푸른콩장, 꿩엿, 앉은뱅이밀, 게걸무, 감태지, 지주식 김 등 맛의 방주 식재료를 이용한 ‘행복한 밥상’차림을 마련, 맛의 방주 식재료를 시식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한국 55종 등재
맛의 방주는 소멸 위기에 처한 종자나 식재료를 찾아 목록을 만들어 ‘맛의 방주’에 승선시켜 지역음식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국제 프로젝트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제주 푸른콩장을 시작으로 현재 55종이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 따르면, 맛의 방주는 우리의 토종자원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전통음식을 계승하며, 소규모 가족농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앞으로 맛의 방주에 더 많은 종자와 토종자원을 등재할 수 있고, 그것이 종자와 토종자원을 보호하고, 우리의 농촌을 살리고, 농부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내다봤다. 이에 맛의 방주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농업과 행복한 미래’ 대표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이며, 음식에는 그 지역이 띄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그 맛과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라면서 “그러나 사회가 점점 대도시화 되고 식재료의 대량생산ㆍ대량소비에 밀려 토종종자는 홀대받게 되고 이로 인해 맛은 획일화되고 지역 고유의 대표성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한 지역의 맛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족농 중심의 농어업이 지켜져야 하며, 또한 사라져가는 토종 종자를 복원하고 지켜내야 한다”고 전했다.
◆ ‘앉은뱅이밀’금곡정미소 백관실 대표
우리밀은 1969년 22만4천톤을 정점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1984년 수매제도가 폐지된 후에 감산 속도가 빨라졌다. 또한 전국적으로 밀 재배 농민들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이어져오던 종자들이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진주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금곡정미소에서 ‘앉은뱅이밀’ 종자를 보존해왔기 때문. 앉은뱅이밀은 진주 주민들의 입맛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금곡정미소에서는 가을에 좋은 종자를 농가에 보급하고 6월에 전량 수매해서 밀가루와 국수를 만들어 진주 인근 주민들에게 판매해왔다. 진주의 영토와 주민들의 기억, 정체성 그리고 전통 지식과의 연관 속에서 앉은뱅이밀은 진주 인근 주민들의 국수, 칼국수, 수제비 재료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2013년 앉은뱅이밀의 가치를 알아본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서 앉은뱅이밀을 ‘맛의 방주’에 등재시켜줬다. 앉은뱅이밀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고 국제적인 저명성을 얻고 나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로 선대로부터 앉은뱅이밀을 지켜왔던 세월에 대해 주위에서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문화지킴이로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 둘째로 지역 주민들이 더욱 애착을 갖고 먹게 됐고, 셋째로 재배 면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가까운 구례나 청주 등 전국에서 애용하는 주요 밀 종자로 확대됐다. 넷째로 앉은뱅이밀을 이용한 6차산업이 다양하게 파급됐다.
해마다 다른 밀의 재배면적은 감소되는 추세로 보고되고 있지만 앉은뱅이밀의 재배면적은 점차 확대 재배되고 있어 재배농가들의 수익은 물론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식탁을 제공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 ‘양평 밀랍떡’양평착한떡마을 최종호 대표
양평착한떡마을은 사라져가는 음식이었던 향토음식 ‘밀랍떡’을 다시 복원하고 규격화해서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밀랍은 음식 식재료로 정식 등록돼 있는데, 밀랍 자체로는 너무 딱딱해서 대부분 양초나, 마룻바닥 도료 등에 사용돼왔다. 그러나 밀랍과 들기름이 만나면 굳지도, 마르지도 않은 상태가 되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이것을 떡에 이용, 밀랍떡을 만들어 먹었고 제사상에도 오르고 있다.
밀랍을 떡에 이용하면 떡의 식감을 오래 유지하고, 떡의 보존기간을 늘리며, 소화 증진도 돕는다. 이렇듯 밀랍떡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향토음식인 것.
양평착한떡마을에서는 밀랍떡을 복원하기 위해 마을 할머니들을 모시고 황금레시피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우여곡절 끝에 밀랍떡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은 많다. 대중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향토음식이기 때문에 밀랍떡을 알리는데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이에 밀랍떡의 대중화를 위해 스낵, 와플, 롤(랩), 피자 등 섭취 방법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밀랍떡은 지난 2015년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등재 이후 농가 일자리 창출, 지역농산물 사용. 옛 먹거리 문화에 대한 어머님들의 자부심 증대, 이웃들과의 돈독한 유대감 형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생겼다.
앞으로도 양평착한떡마을은 밀랍떡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며, 전통음식 문화 계승을 위해 앞장설 것이다.
김수현 기자
soohyun@nongup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