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혜 영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연구사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술로 서민의 애환이 서린 술이다. 막걸리는 역동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처럼 질곡의 역사를 대변해 왔다. 쌀이 부족하여 쌀막걸리 제조가 금기시 되어 온 적도 있으나, 1977년 드디어 쌀막걸리가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2003년에는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 제한이 폐지되었다. 2007년 전통주류 세율감면에 따라 2009년 시작된 막걸리 붐은 2010년 전통주 진흥에 따른 육성법까지 만들어지면서 2011년까지 최고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올해까지 5년 연속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주류와 달리 막걸리는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함께한 술이기에 어떻게 하면 막걸리가 우리 술 문화의 한 축으로 온전한 한자리를 차지하며 재도약을 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나타난 탁주 주류면허제조수를 살펴보면 2014년 12월말 기준 825개로 전체 주류면허제조수의 45.9%를 차지하는 반면, 출고량은 전체 4,014,872㎘ 중 415,072㎘로 10.3%를 나타내어 탁주 생산업체의 영세함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제도 속 많은 지원 하에도 탁주업체는 불안전한 경제상황에 따라 영세한 만큼 많이 흔들릴 수 있고 지속적 발전을 해나가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원료곡 사용 정책변화나 작물 생산현황에 큰 영향을 받아 품질의 불안정속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막걸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역사 속 우리와 함께한 전통주로 우리가 지켜 나아가야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쌀 시장개방 및 쌀 소비감소에 따른 국내 재고미 문제에 작은 물고를 터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통계청의 2015년 양곡소비량 조사에서 사업체 부문 떡류, 주정, 조리식품, 탁주 등의 가공산업이 무려 81.7%를 차지하였으며 이러한 식료품 가공에 이용된 쌀 소비량이 전년대비 7.6%증가(57만5,460톤)했다는 점이다.

막걸리 산업으로 쌀 소비증대의 희망을 설계해보면 2014년 생산된 탁주 43만톤의 원료가 되는 71,667톤(6%제성기준) 중 국산 쌀 사용비중을 30%만 높여도 연간 21,500톤의 쌀 소비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원료곡 생산단가에 가장 민감한 가공업체에 이렇게 국내 쌀 사용을 유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재고미 관리비용을 미리 쌀 수매가에 적용시켜 쌀 소비증대에 기여도가 큰 가공산업에 지원한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쌀 소비문제와 재고미 관리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드디어 5,00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초저출산율의 우려 속에 다행히 인구가 늘어났음을 크게 보도하였다. 또한 많은 보도매체가 앞 다퉈 머리기사로 내세운 또 다른 사실은 바로 1인가구의 폭발적 증가이다. 일반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2.53명으로 2010년 2.68명보다 0.15명이 줄어든 반면, 1인가구 비율은 23.9%(422만 가구)에서 27.2%(520만 가구)로 3.3%나 증가했고 과거 1990년 9.0%(102만 가구)와 비교했을 때 25년간 무려 18.2%나 높아졌다.

최근,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등장한 신조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혼밥’과 ‘혼술’이다. 혼자서 밥도 먹고 혼자서 술도 마시는 1인가구 때문에 생겨난 문화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이러한 문화는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 소비재의 디자인이나 용량 등이 1인가구에 맞춰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다.

혼술로 인한 음주문화는 과거 회식형 폭음과 군음(群飮) 문화에서 개인형(개인 혹은 사적모임)의 다양한 주류 마니아 문화로 변화되었으며, 이에 맞춰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제품도 다양해졌다. 우리 전통주 막걸리도 이러한 문화적 영향을 받아 투박했던 플라스틱 용기를 벗어던지고 젊은 취향의 시선을 끄는 새로운 용기로 탈바꿈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막걸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우리가 접근해야 할 것은 ‘혼술’을 즐기는 한사람 한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이들을 막걸리 마니아로 늘려나가야 한다. 디자인이나 용량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원하는 품질의 막걸리, 그리고 이들을 위한 막걸리 음주문화를 창조한다면 막걸리의 재도약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 질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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