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아침저녁 찬바람이 부는 요즘, 우리 몸의 원기를 북돋우는 가을 대표 보양식으로 추어탕(鰍魚湯)이 있다. 가을(秋) 물고기(魚)란 이름(鰍, 미꾸라지 추)처럼 미꾸라지는 가을의 대표 먹거리로, 겨울잠을 앞둔 지금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도 영양도 일품이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잡냄새와 비린내가 심해 특별한 향신료를 첨가하여 냄새를 없애고 풍미는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우리가 추어탕에 넣는 ‘그것’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산초나무와 초피나무의 잎과 열매다.

산 초나무는 1〜3m 높이로 자라며, 10〜19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관목(넓은 잎이 떨어지는 키 작은 나무)이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열매는 10월 즈음 광택이 나며 까맣게 익는다. 보통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데, 간혹 가시가 없는 것은 ‘민산초나무’이다. 산초나무와 헷갈리는 것이 바로 초피나무다.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다르다. 가시가 마주 나면 초피나무, 어긋나면 산초나무다.

또한 꽃 피는 시기도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산초나무는 여름에서 가을사이에 꽃이 피고, 초피나무는 봄에 꽃이 핀다.

산초나무와 초피나무가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여겨져 헷갈리게 된 이유는 한방(韓方)에서 초피나무 과피(열매 껍데기)를 ‘산초(山椒)’라고 부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산초나무 과피는 ‘야초(野椒)’ 또는 ‘청초(靑椒)’라 불린다.

산초나무 열매는 예로부터 전체를 엿기름으로 만들고, 잎과 열매는 장아찌로, 씨앗은 기름을 짜거나 가루를 내어 먹었다.
또한 이 열매는 고열, 기침, 위장병, 신경통,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고, 강정(强精)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산초나무 열매를 짜서 만든 기름은 위장병이나 기관지 천식에 특효약이었으며, 피부에 난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비상용으로 항상 갖춰 두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효능들과 더불어 새로운 효능과 성분이 속속 밝혀지면서 수요와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산초열매 기름이 폐암, 위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등의 암세포에 대한 억제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새로운 항암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항균활성이 매우 뛰어나 대장균, 황색포도구균 및 피부사상균 등에 억제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에서는 아토피와 백반증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산초기름은 상온에서 항상 액체 상태를 유지하여, 더욱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물검역원에 따르면 2014년도 산초나무 열매는 수입량이 수출량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고, 초피나무 열매는 그 수출량이 무려 수입량의 스무 배가 넘는다.

2013년도 산림청 조사에서도 산초나무 열매의 가격은 킬로그램당 1만8천원 선으로, 초피나무 열매의 거래가격(1만원)에 비해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초나무 열매가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데다, 고추가 재배되기 전부터 사용되어온 반면, 일본에서는 초피나무가 이용되어 왔기 때문에 산초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초피는 거의 모든 물량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산초나무는 전국적으로 자라는 만큼 재배가 어렵지 않으나, 날카로운 가시는 위험할뿐더러 작업능률에도 방해가 된다.

그래서 산초나무 재배자들은 가시 없는 민산초나무의 개발을 원하고 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팀은 수요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민 공감형 연구서비스 실현을 위해 민산초나무 품종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가시가 없는 나무는 열매가 적게 달리거나 크게 자라지 못하는 단점이 있는데,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10개 지역에서 우수한 나무를 200그루 이상 수집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재배농가는 물론 국민들이 만족할 때까지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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