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조직화… 무실적 조합원 퇴출 ‘정예화’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소비지의 바잉파워(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유통이 장악하고 있는 소비지 유통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 및 조직화가 필수이다. 조직화를 통해 재배기술 매뉴얼과 생산규모를 조절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계획적인 분산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동기획으로 우수 산지유통조직을 찾아 성공 노하우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주사과 ‘프레샤인’… 충주APC 통한 ‘이미지 제고’

충주사과의 명성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충북원협’과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이하 충주APC)가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연간 1만톤의 처리능력과 4,000톤의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는 충주APC는 2008년 11월 준공 이후 충주를 비롯해 제천, 괴산, 음성 등 충청북도 북부권 4개 시·군 600농가(사과 550호, 복숭아 50호)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

충주APC 운영에 대한 소프트웨어는 충북원협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조직화의 기본이 되는 교육(연중 5회) 활동은 회원농가의 필수 조건이다. 시작은 2~3월경 진행되는 신규회원 교육. 5월에 진행되는 전체 회원교육에서는 출하약정 및 계약재배와 지난해 사업성과에 대한 결산보고가 이루어진다. 특히 5월 교육과정에서는 약 98% 정도의 연간 취급물량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연간 사업계획의 골간이 세워진다. 

이후 교육에서는 품종별로 수확 2주전 세분화 교육이 진행된다. △아오리 7월 10일경 △홍로 8월 10일경 △기타(시나노스위트, 양광 등) 9월 10~20일경 △부사 10월 10일경 등. 약정된 생산량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판매계획(숙기, 출하시기 등)을 논의하고, 충주APC에서는 출하처에 맡는 상품 만들기 전략을 수립한다.

충주APC는 쉬는 날이 없다. 선별기의 경우 가동이 특정시기에 한정되어 있지만, ‘APC상자 및 팔레트 수령(계약물량 기준)→농가 수확 및 육안선별(수확인력 교육)→입고 및 검수(수매기간 내 입고)→선별 및 상품화(선별기준 적용)→정산(선별결과 기준)’의 과정이 연간 쉼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요 출하처로는 대형마트(롯데마트, 홈플러스) 비중(60%)이 가장 크고, 도매시장 20%, 수출 10%, 기타 10% 순이다.

공동선별 공동계산 방식으로 운영되는 충주APC의 가격 및 정산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충주APC 운영위원회의 품종 및 품위별 가격 결정에는 생산량, 마케팅, 시장 상황 등이 고려된다. 회원농가가 출하한 원물은 품위기준에 따라 자동 기계 선별되고, 선별내역 기준으로 수취가격이 결정된다. 선별이 완료된 이후 10일 이내 정산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13년 연속 흑자… 협동조합 원칙 고수”

“거점APC는 자체수매 물량만 취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생산농가들을 위한 설립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협동조합 정신의 원칙과 품목농협이 가진 장점을 강조했다. 충북원협의
 경우 품목농협이기 때문에 규모화된 집약사업이 가능하다. 일례로 조합원의 GAP 인증을 들 수 있다.

 기존 30% 수준이던 인증농가가 올해 70%, 내년에는 100% 인증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GAP 인증으로 국내 유일하게 미국 수출(20농가)을 하고 있다. 대만 수출농가(30호)는 유대재배로 관리되고 있다.

또한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 정예화를 통해 품목농협의 전문성을 높이고, 이를 통한 실적제고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APC평가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수익성을 강조하며 APC를 평가할 경우 설립 목적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조합장은 “APC 평가는 설립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느냐가 중요하며, 연간 가동률과 물량 처리능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투자대비 수익성을 강조할 경우 민간유통업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충북원협의 경우 수확후 관리기술인 CA저장을 통해 수취가격 제고 뿐만 아니라 APC 가동률을 높이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CA저장은 온도뿐 아니라 저장고 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사과의 품질변화를 최소화하는 저장기술이다. 충북원협은 2008년부터 CA저장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그동안 차곡 차곡 노하우를 적립, 메뉴얼화에 성공했다.

박 조합장은 “산지유통 최우수 조직 선정과 5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 수상 등 국내를 넘어 수출시장에서도 ‘프레샤인’ 브랜드가 각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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