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농업 피해 없어야… 보호무역 ‘강화’

미국 대선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선거기간 내내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미FTA 폐지 내지 재협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대상이다. 특히 농민층 득표율이 62%에 달하는 분석자료를 토대로 쌀관세율 인하, 쇠고기 추가개방, SPS(위생및검역조치) 재검토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국내 농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일 선거결과가 나오자마자 농식품부는 이준원 차관 주재로 긴급 실국장회의가 소집됐다. 당장 구체적인 통상외교 압박은 없을 것이란 전제 아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더불어 교역상대국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이 커지는 등 대외환율정책이 강경해질 것이란 환경변화가 논의됐다는 전언이다.

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조짐인 것이다. 이런 환경은 농산물 수출에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가능성이 큰 현안은 발효 4년차를 맞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예고돼 있다는 점. 트럼프는 선거유세에서 ‘한미FTA는 미국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한미FTA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와 통상외교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FTA 철폐는 현실적으로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미FTA 재협상을 예측할 수 있고, 그동안 적시해온 FTA 추가이행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WTO를 통해 이의제기 중인 쌀 관세 상당치 513%에 대한 철회 요구와 함께, 저율관세할당(TRQ)물량 확대를 노골화 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로 만들어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합의 내용도 ‘시장 전면개방’으로 통보할 것으로 예측되는 한편, 축산물 관세철폐기간 단축 문제도 같이 제기할 태세란 관측이다. 이미 협상체결된 유기농식품 상호 동등성 보장 문제에서도 GMO 포함 등의 추가 주문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이 TPP협정문에 제시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라는 주장도 재협상 내용에 포함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직·간접적 소유 또는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대한 해석 여하에 따라 국내 농협중앙회, 농업관련 산하기관 등의 농업보호·지원 정책이 통상외교 기준에 통제 대상으로 설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 농산물 수출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계 한 통상외교 전문가는 “관세관련 국제적 협정 체결 유무는 의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고, 더욱이 과반수가 넘고 농촌지역구가 많은 공화당 하원의석수를 감안할 때 농산물 ‘수출효자’인 한미FTA 철폐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하지만 어떠한 형식의 무역제한조치는 분명히 취해질 것이고, 구체적이고 일방적인 통상외교 갈등은 이미 정부에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철저한 농업 희생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한미FTA에 대해, 정부가 자동차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농업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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