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박사


아삭하고 한 입 베물면 신선한 과즙과 함께 달콤새콤한 맛이 입 안 가득 도는 사과! 요즘은 직장인이나 학생들 사이에 아침 대용으로 사과를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마 사과 한 개는 의사도 멀리 한다는 속담이 사과의 건강 기능성을 높여주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 바쁜 아침 시간에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쉽게 가게에서 접할 수 있는 사과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농가에서 재배되어 판매되고 있는 사과의 기원은 중앙아시아인 카자흐스탄 지역의 야생 사과로부터이다. 중앙아시아의 야생사과는 색깔이나 향기 면에서 매우 다양했으며 중남미, 유럽, 아시아 등 사과 주산지로 흘러들게 되면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소비자 입맛에 맞고 병해충에 강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현재 우리가 맛보는 재배 사과가 탄생한 것이다.

또 한 가지,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와 사과가 같은 족보를 가진 작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생물 시간에 외우던 생물 분류 체계인 ‘종속과목강문계’에서 사과는 ‘과(family)’가 장미와 같은 장미과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봄철 과수원에서 피는 사과 꽃도 장미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함과 소박함이 있어 꽃을 감상하는 것도 과일을 맛보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하다.

사과는 전 세계적으로 2,000가지가 넘는 품종이 있고 익는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조생종은 8월까지 수확되는 사과로 빨간 사과가 아닌 초록 사과가 대부분으로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하다.

중생종은 9월까지 수확되는 사과로 주로 추석 차례 상이나 선물용 사과들로 색과 크기가 으뜸인 사과이다. 만생종은 늦가을에 수확되어 겨울, 봄까지 저장 사과 형태로 맛 볼 수 있는 사과로 후지와 후지 착색계 품종이 대부분이다.

익는 시기에 따라 구분되는 사과는 과일의 껍질 색에 따라서도 다양한 품종들로 나눠진다. 빨간색은 백설 공주의 사과를 떠올리게 하는 색깔로 ‘후지’, ‘홍로’등이 대표 품종이다. 최근에 맛만이 아니라 색의 에너지로서 파괴된 생체 리듬을 회복·치료하는 원리에 기초를 둔 컬러테라피가 음식에도 각광을 받으면서 개념 파괴적인 색을 지닌 사과도 개발되고 있다.

물론 노란색 사과가 최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절 즐겨먹던 과즙이 많고 육질이 연한 사과인 ‘육오’의 경우 완전한 노란색은 아니지만 약간의 녹색을 띤 황녹색 사과였고 저장성이 약해 현재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는 ‘골든딜리셔스’도 황색 사과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황옥’은 다 익어도 과일 껍질이 노란색의 사과로 맛이나 품질에서는 빨간 색 사과에 떨어지지 않아 빨간 색 사과와 혼합해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그린볼’은 다 익은 상태에서도 초록색을 유지하는 사과인데 초록색이 조금은 낯설어 혹시 덜 익은 풋사과가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먹어보면 새콤달콤한 사과의 제 맛을 갖고 있다.

최근엔 탁구공보다 조금 더 큰 미니사과가 개발되어 사과 품종의 다양성에 한 몫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루비에스’라는 품종인데 여름에 맛 볼 수 있는 조생종 사과면서 크기가 작아 나들이나 급식용으로 적당하며 후식으로도 부담 없는 크기다.

사과는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가장 쉽게 또 많이 접하게 되는 과일이다. 먹는 방법에 따라 생과일로 주스로 와인으로 칩이나 파이로 먹고 있다. 사과 품종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지금 마시고 있는 사과주스는 과연 어떠한 색깔의 사과였을까, 또 크기는? 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또 하나의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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