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조정제의 부활이 미뤄졌다. 지난 3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2017년 예산안에 생산조정제가 빠진 것이다.
국회 농해수위와 정부측 기획재정부는 실무자들 사이에 상임위 막판까지 904억규모의 쌀생산조정제를 시행할 것이냐, 뺄 것이냐를 놓고 수차례 협상과 씨름을 겪었다. 농해수위에서는 여러차례 성명도 낼 정도로 농업분야의 관심 사업이었다. 헌데 이미 정해진 농식품부의 실링(ceiling 정부 예산의 대체적 요구 한도. 한도액)에서 복병처럼 등장한 쌀변동직불금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5천억 이상 폭증한 1조4천900억까지 확대 편성하면서 생산조정제 이외 많은 사업들이 살림을 줄이거나 폐지하게 됐다.

농식품부는 당장 내년 벼 재배면적을 77만9천ha에서 74만4천ha로 3만5천ha 줄이겠다는 사업계획부터 논의에 들어갔다. 이대로 재배면적을 놔두면 최근 연이어지는 풍작을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라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올해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꾸렸던 ‘쌀 적정생산 추진단’과 ‘쌀 수급안정 대책반’을 확대 개편하는 동시에, 지방자체단체와 생산자단체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낸다는 복안을 짰다. 농식품부는 쌀농가를 대상으로 작목전환의 유인책을 찾는데 비상이 걸렸다.

예서 지적코자 하는 것은, 수많은 토론과 단계를 거쳐 농업계가 총의를 모아 내놓고 필요한 예산안까지 만들었던 쌀생산조정제가 ‘무슨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기획재정부의 한마디 지적에 삭제됐을까 하는 점이다.

생산조정제는 쌀생산관리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현격히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내논 숙원과제였다. 장기적으로 쌀직불금을 줄일 수 있고, 재고관리비용, 수급조절비용 등 5조에 달하는 양곡산업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해당부처인 농식품부는 팔짱끼고 지켜본 꼴이 됐다. 관철의지가 없었는지, 직불제를 고쳐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부풀려야 하는 속에 품은 의도대로 눈을 감아줬는지 모를 일이나, 농업계의 질타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분명한 것은 실질적인 농업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것이다. 직불제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단계가 있고,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다. 농업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내년도 예산정책은 일단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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