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미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을 지나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 절정을 맞고 있다. 또 그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들이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 같은 풍성한 먹거리를 나눌 수 있는 계절이다 보니 마음이 설렌다. 이맘때면 과실나무 곳곳에 주렁주렁 탐스런 열매들이 달린다. 특히 붉은 열매를 달고 고향 마당 한편을 지키고 있는 것이 바로 대추나무다.

추석 차례상에는 어김없이 쭈글쭈글한 붉은 대추가 올라간다. 대추는 씨가 하나뿐이라 조상을 향한 후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상징한다. 또 다른 이유는 대추는 다른 열매들과는 달리 붉게 익은 뒤에도 오랫동안 썩지 않기 때문에 조상을 향한 후손의 붉은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대추는 혼례에도 빠지지 않는데, 폐백 때 부모는 갓 부부가 된 이들에게 대추를 전달하며 자손의 번영을 빌었다.

‘대추 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처럼 대추는 옛날부터 건강식품으로서 영양가가 풍부한 열매로 손꼽힌다. 한약에서도 감초와 함께 빠질 수 없어 과일용보다는 약용으로 더 인식되어 왔다. 대추의 과실은 단백질, 지방, 사포닌, 포도당, 과당, 다당류, 유기산을 비롯한 칼슘, 인, 마그네슘, 철, 칼륨 등 36종의 다양한 무기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히 당질과 아스코르브산이 많으며, 완화제, 이뇨제, 강장제, 체력회복, 거담제, 항염증제 등의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대추에는 비타민 C와 P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어 비타민 활성제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과실의 다당류 성분이 혈관 수축으로 인한 장 손상을 개선할 뿐 아니라 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건강식품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대추는 갈매나무과에 속하는 대추나무속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중국계 대추와 인도계 대추 등 생태형이 전혀 다른 2종이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계 대추가 재배되며, 1속 3종류로 재래종인 묏대추, 대추, 보은대추 등이 분포하고 있다. 품종으로는 복조, 보은대추 등 재래품종과 무등, 금성, 월출 등 1980년대에 선발 육종한 품종이 있으나, 최근에 육성한 품종은 거의 없다.

생 대추는 당도도 높고 비타민 C와 같은 기능성 성분을 다량 함유해 신선과실로 이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대추의 수확기간이 10월 초순부터 약 10일 정도로 짧고, 저장성이 좋지 못해 대부분 건과(乾果) 형태로 유통 및 소비되고 있다. 생대추 상태에서는 저장성이 좋지 못한데, 저장기간 동안 과육이 연화효소에 의해 물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재배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생대추용으로는 복조 품종이 적합하다. 복조는 전국 재배품종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과실형질에 변이가 심하고 열과가 많은 단점이 있다.

생대추 생산에 적합한 대립성 신품종에 대한 품종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대추는 꽃이 매우 작고 종자결실이 어려워 일반 과수처럼 교잡육종을 통한 품종육성 보다 변이체 선발을 통한 육종 및 배수체(倍數體) 육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 주산지에서는 대립성 중국품종을 도입해 재배하고 있어 국제신품종보호제도(UPOV)에 저촉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기존에 도입된 중국 품종과 국내에서 선발한 우량계통을 활용해 생대추용으로 적합한 고품질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대추는 다른 과수에 비해 개화기와 수확기의 기상조건 등에 따라 생산량 및 품질의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대립과실 다수확, 열과 방지 등 생대추 품질향상을 위한 비가림 재배 및 수형관리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새로운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은 세계시장의 변화와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산촌에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득원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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