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진
마천농협 상무


우리나라 쌀 문제는 농업, 농촌, 농민 문제와 직결된다. 쌀 정책 여하에 따라 그 사활이 달려있다 하겠다. 우리에게 쌀은 단순히 사고파는 하나의 상품이기 전에 겨레의 혼이자 피와 살이다. 그러한 우리 농업이 이른바 수출주도의 전략이 추진되면서 값싼 해외농산물이 과다하게 도입됐으며 농촌경제는 만성적인 침체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농촌사회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자생력을 잃은 농업인 속수무책 시들어가는 현상은 도시에서 한 발짝만 나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농업은 미래에도 핵심 산업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농사 없이는 인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농공상이라는 말을 누구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과 달리 농경시대에는 정치적 지배자들의 받침이 되었기에 장사하는 사람들 보다는 사회적으로 훨씬 높은 계급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땅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없었다면 선비나 상공인들이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었겠는가.

우리의 경우 해방이전까지 전체인구의 80-90%를 차지하던 농민 수가 오늘날 7%이하로 그 수가 감소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구미 선진국들이 300년에 걸쳐서 이룩한 산업혁명을 우리는 30년 만에 해치운 사실이 자랑스럽다 하였지만 산업화 과정이 너무 빠르게 전개되면서 농업인들은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것이다.

이웃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한다. 하지만 일본 농촌을 둘러보면 아직 생명력이 약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농업을 지키려는 정부차원의 배려가 소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농촌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에 비하면 한국 농촌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은가, 산업화의 희생양이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농업의 농촌의 희생 위에 조국 근대화라는 모래 위 누각을 세운 셈이다.
농사는 인류문명의 바탕이다. 경제논리에 밀린 농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쌀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탱해준 생명줄이며 우리 삶이며 우리민족 혼 자체이다. 농업은 결코 도태돼선 안 될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가의 과도한 보호 울타리 속에서 농업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농업이 시혜성 지원금에 기생하도록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농업은 변화해야 한다.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농업이 새로운 눈을 뜨고 있다. 농업은 생명공학의 뿌리이다. 대체에너지 산업의 근간으로 간주되어 가고 있다. 우리 농업이 이런 세계화의 흐름에 발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간파한 많은 협동조합이 앞 다투어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을 융합해 6차 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우리 마천농협 가공사업소에서도 6차 산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임직원들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쌀을 빼놓은 우리의 역사, 또 현재를 생각할 수 없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으레 김치, 불고기, 삼계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는 밥보다 많이 먹는 음식이 또 있겠는가. 밥 이외 먹는 음식은 밥맛을 돋우고 영양분을 보충하는 먹을거리일 뿐이다.

우리가 공기의 가치를 잊고 살 듯 쌀도 마찬가지다. 우리민족 외에도 15억 인구가 쌀을 주곡으로 삼고 그에 따른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다. 유엔이 2004년을 세계 쌀의 해로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쌀일 천덕꾸러기 신세다. 올해 쌀 생산량은 440만 톤으로 조사됐다 하니 소비는 감소세가 빨라 내년 재고량이 200만 톤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니 쌀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겠다.

풍년기근이란 말이 있듯이 풍년임에도 농업인들은 울상이고, 정부는 재고 쌀 처리와 변동직불금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예상된 일인데도 지금 와사 호들갑을 떠는 게 우습다. 지금부터라도 한 끼에 밥 한 수저 더 먹기 운동을 벌여야겠다. 식량을 남에게 의존하는 것은 바로 나라의 주권과 안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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