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가요인 ‘청산별곡’의 한 대목이다. 이처럼 다래는 멀위(머루)와 함께 우리 조상들의 산벗이자 오래된 산과실(山果實)이다.

‘다래(Actinidia arguta)는 낙엽성 활엽 덩굴성식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 자생하며, 암수가 다른 자웅이주식물로 5월에서 6월 사이에 꽃이 피며, 10월경에 열매가 성숙한다. 우리나라에는 다래, 개다래, 섬다래, 쥐다래 등 4종이 자생한다.

‘토종 다래’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진통제, 이뇨제, 해열제, 갈증해소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다래는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소화불량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회복이나 괴혈병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다래나무의 뿌리는 소화불량이나 구토, 관절통 등의 치료에 사용됐다.

‘동의보감’에서 다래는 심한 갈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하며 결석치료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열기에 막힌 증상과 토하는 것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다래는 산통, 허리 아픔, 목이 마를 때 쓰며, 신경통, 류머티즘 치료제로 이용한다.

잘 익은 다래는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생과실로 먹거나 술을 담가 먹는다. 이른 봄의 어린 다래순은 산나물로 먹기도 했으며, 상처 난 줄기에서 나온 수액은 음료로 마셨다. 다래는 열매 가식부위 100그램 중에 수분이 86퍼센트를 차지하며,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칼슘, 비타민 A에 비타민 C까지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토종 다래와 비슷해 ‘양다래’ 혹은 ‘참다래’라고 불리는 키위는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후반에 뉴질랜드에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내한성이 약해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일대에서만 재배된다.

또한 키위는 껍질에 털이 있어 껍질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반면에 토종 다래는 내한성은 물론 병해충에도 강해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더불어 토종 다래는 껍질이 얇고 털이 없어서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이렇듯 토종 다래는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동안 과실 수확량이 적고, 과실 크기가 작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특용자원연구과에서는 1980년대부터 강원, 충북, 전북, 경남 등 4개도 12지역에서 선발한 토종 다래 168본 중에서 과실의 크기가 크며, 수확량이 많은 개체를 다시 선발했다. 수년간 과실특성 및 수확량을 조사한 후 최종적으로 신품종을 개발했다.

개발된 4종의 신품종 가운데 ‘새한’, ‘대성’, ‘칠보’ 품종은 2013년에 최종적으로 신품종 보호 등록이 됐고, ‘오텀센스’는 현재 신품종 보호 출원 중으로, 이들 신품종들은 토종 다래에 비해 당도는 물론 크기도 세 배 이상 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러한 신품종 토종 다래들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올해에도 분양을 희망하는 농가와 통상실시권 계약을 맺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육성한 신품종은 통상실시권 이전을 통해 농가에 보급돼, 재배 농가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토종 다래의 다양한 용도와 기능이 최근 여러 연구로 밝혀짐에 따라 생식은 물론 음료, 잼 등으로 개발돼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종 다래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표 야생과실로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작목이다.

앞으로 토종 다래가 널리 알려져 소비가 증가된다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소득작목으로 인기를 끌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도 토종 다래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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