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여성안전, 흔들리는 여성 리더십

▲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여성, 대한민국을 확 바꾼다’라는 주제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기념행사를 하는 모습.
올 한해 그 어느 때보다 ‘여성’에 대한 문제들이 많이 거론됐다.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안전이 위협받는 사건ㆍ사고들이 발생되며 여성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반면 20대 총선에 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등 여성의 정치 참여가 증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여성계의 기대를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정 농단으로 인해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여성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선정한 ‘2016년 여성 7대 뉴스’를 통해 올 한해 여성계의 이슈를 돌아봤다.


위협받는 여성안전

2015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범죄자 중 남성범죄자는 81.2%로 여성의 4.3배에 이르며, 특히 강력범죄는 남성범죄자의 비율이 96.3%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강력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여성이 85.6%를 차지했다.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상가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무차별하게 살해되는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던 남성으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체포 직후 범인이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났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은 ‘여성 혐오’ 논란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사건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과 ‘여성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어 여성 대상 범죄와 폭력에 대한 불안감과 심각성을 표출하는 성토장이 되기도 했다.

 제20대 총선결과로 본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4월 13일에 치러졌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253개 지역구 중 26개 지역구에서 여성 당선자가 배출됐고, 비례대표로는 25명의 여성 의원이 선출돼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 규모가 5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17%이며 19대 국회(15.7%)에 비해 1.3% 증가한 것.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2015년 국제의회연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90개국 여성 국회의원의 평균 비율은 작년 1월 기준으로 20.2%였고, OECD 국가의 평균 비율은 27.8%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은 정책과 공약의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선거로 평가받는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일자리, 일ㆍ가정 양립 확산 등 공약을 발표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규모나 이행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공약에 불과했다.

전시 여성인권 침해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2016년 12월 현재 생존하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는 39명으로, 피해 할머니들은 지속적인 수요집회 참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전시회, 위안부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세미나 개최 등 국내외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전반적 의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12ㆍ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ㆍ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생존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피해자에게 총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을 각각 지급하고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직도 요원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높은 관심

서점가(街)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여성주의) 열풍이 뜨겁다. 올해 9월초까지 여성학ㆍ젠더 분야 책은 약 100여 종이 출판됐고,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9월 말까지 여성 페미니즘 분야의 도서 판매량은 136.1%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불거진 여혐논란, 여성 대상의 사건 발생 등으로 인해 우리사회에 성평등에 대한 관심과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 세계 난민문제와 여성인권

전쟁이나 분쟁상황에서 여성 및 아동은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처해지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게 된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에 따르면 난민 중 여성과 아동의 비율이 2015년 25%에서 올해 55%로 크게 증가했고, 이들에 대한 범죄의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난민 캠프에는 여성 및 아동 난민을 위한 별도의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범죄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전쟁을 피해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 떠나온 난민 여성들이 폭행을 비롯한 각종 폭력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국제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스토킹 범죄 특례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6월 3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등은 지난 10월 13일 ‘지속적 괴롭힘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이것은 그동안 사소한 개인문제로 치부되던 ‘스토킹 범죄’를 국회에서 구체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법안을 마련하여 여성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스토킹 범죄는 여성의 안전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이것이 상해ㆍ납치ㆍ살인 등 강력 범죄로 커지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특례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할 것이다.

인도 염산테러 피해여성, 패션쇼 무대에 서다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에 화상을 입고 한쪽 눈을 실명한 19살 인도 여성 레시마 퀴레시가 지난 9월 6일 세계 4대 패션쇼로 손꼽히는 뉴욕 패션쇼 무대에 섰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고 여성인권 의식이 낮은 인도에서는 청혼 및 데이트를 거절하거나 여아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염산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쏟아야 하고 여성 인권의 피해 실태를 널리 알려 그 심각성을 일깨우고 개선에의 공감과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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