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보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장



겨울이면 옛적 할머니께서 구워주신 고구마가 생각난다. 할머니께서는 밥을 짖고 난후 검불에 고구마를 구워서 학교에 다녀오면 나에게 주시곤 하였다. 추억의 그 고구마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60〜70년대 고구마는 구황작물로서 전국적으로 약 13만ha가 재배되었다. 현재 2만ha와 비교하면 대단히 많은 면적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추운 겨울철 고구마를 한 솥 쪄서 식구들이 모여 앉아 동치미나 김치를 곁들어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이었다.

최근 들어 고구마는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변모하면서 고구마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겨울이 되면 길거리 곳곳에 김을 모락모락 내는 군고구마 노점상이 많았지만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군고구마 노점상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고구마 가격의 상승이고, 또 가정에서 군고구마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직화 냄비나 오븐을 사용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길거리 노점상에서 팔던 군고구마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데우기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고구마를 굽거나 쪄서 반건조 시킨 말랭이 등의 제품이 개발되어 소비자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고구마는 현대인들의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으로써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 및 양질의 식이섬유가 함유 되어 있다. 주황색고구마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항암,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자색고구마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은 활성산소 소거, 항암효과 등이 인정되고, 미네랄 성분 중에서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칼륨은 체내에서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작용이 있어 혈압저하에 효과적이다.

식이섬유는 변비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고구마의 비타민 C는 조리할 때 열을 가해도 잔존율이 70~80%로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특히 어린이 생장에 도움을 주는 라이신이 옥수수나 쌀보다 많다. 그리고 고구마는 혈액 당함량을 의미하는 당지수(GI)가 낮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당뇨병 예방효과도 있다.

그러나 고구마는 신체의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저녁보다는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전분 함량이 많고 식감이 퍽퍽한 분질(밤)고구마 종류가 대부분 소비되었으나 최근에는 육질이 부드럽고 주황색이나 담주황색으로 단맛이 높은 점질(호박) 고구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기호에 맞추어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풍원미’, ‘호감미’ 품종은 구웠을 때 달고 부드러우며 베타카로틴도 풍부해 현대인들의 소비 성향에 알맞은 품종이다. 또한 고구마의 육질, 색, 기능성 등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올 겨울은 춥다고 한다. 추운겨울 굽거나 찐 따뜻하고 맛있는 고구마로 스트레스를 덜고 건강도 유지하면서 옛날의 추억여행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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