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 시간·최대 피해 발생…재앙 수준

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2003년 이후 첫 발생한 이후 2006~2007년, 2008년, 2010~2011년, 2014~2015년, 2016년 등 6차례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에서는 상시 예찰을 통해 고병원성 AI의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AI 발생 시 변이가 심한 고병원성 AI의 특성상 살처분을 통해서만 방역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처음 발생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AI 발생원인을 ‘철새’로 항상 지목하고 있는데, 모든 책임을 철새에게만 돌리고, 피해는 농민들에게만 떠넘긴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전염성·폐사율 높은 고병원성 AI…변이 심해 예방약 無, 살처분 정책이 유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는 닭, 칠면조, 오리, 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AI는 주로 직접접촉에 의해 전파되며, 감염된 조류의 분변이 사람의 발, 사료차, 기구, 장비 등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파된다. 닭고기, 오리고기 등 가금육에 의해 전파될 확률은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잠복기는 3일에서 14일이나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안전기간을 포함해 21일로 두고 있다.

AI는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된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감염됐을 경우 80% 이상의 폐사율을 나타내며 벼슬의 청색증과 얼굴의 부종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저병원성 AI의 경우에는 다양한 폐사율(0~30%)과 산란율의 급격한 하락 및 호흡기증상과 소화기증상을 동반한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관리대상 질병으로 분류ㆍ지정돼있다.

고병원성 AI, 2003년 국내 첫 발생

국내에서 AI는 지난 1996년 3월 경기도 화성군 육용종계농장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했다. 5개 농장의 닭을 살처분 조치했으며, 병원성을 조사한 결과 모두 저병원성 바이러스로 혈청형은 H9N2형이었다.
고병원성 AI는 국내에서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군 육용종계에서 최초 발생했다. 혈청형은 H5N2형이었으며 2004년 3월 20일 경기도 양주시 산란계에서 발생을 마지막으로 수그러들었다.

102일간 10개 시ㆍ군에서 총 19건이 발생했으며, 392농가, 528만5천수를 살처분했다.
이후 2006년 11월 22일 전북 익산시 종계장에서 또다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으며, 최초 발생이후 약 15주 만인 2007년 3월 6일 충남 천안 종오리농장에서 최종 감염이 확인된 후 발병이 종식됐다. 총 7건의 발병농장에 대한 방역조치가 이뤄졌으며 총 460농가의 가축 280만수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ㆍ매몰했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AI

주로 동절기에 발생하던 것과 달리, 2008년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처음으로 봄철에 발생됐다. 2008년 4월 1일 전북 김제시 산란계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5월 12일 경북 경산시의 발생을 마지막으로 11개 시ㆍ도 19개 시ㆍ군ㆍ구에서 총 33건이 발생했다. 42일 만에 근절에 성공해 UN에서는 우리나라를 AI 방역통제에 성공한 모범국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2008년 봄 처음으로 발생됨에 따라 정책적으로는 매년 11~2월중 추진해 오던 ‘AI 특별방역대책’을 상시방역체계 운영을 골자로 하는 ‘AI 재발방지 종합대책’으로 전환해 운영하게 됐다.

국내에 4번째 고병원성 AI은 2010~2011년에 발생됐다. 2010년 12월 29일 전북 익산시 양계농장과 충남 천안시 오리농장에서 처음 발생해 2011년 5월 16일 경기도 연천군 양계농장에서의 발생을 마지막으로 139일 간 전국 6개 시ㆍ도, 25개 시ㆍ군에서 발생했으며, 의 53건, 총 650여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2014~2015년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매몰처분된 기간면에서 사상 최장을 기록했다. 2014년 1월 16일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이후 2014년 7월 25일까지 발생됐고, 이후 2014년 9월 24일부터 2015년 6월 10일까지 추가 발생된 후 2015년 9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연이은 발생이 이어졌다.

 변이 심한 AI…대책은 살처분뿐

AI 바이러스는 혈청형이 다양하고 변이가 심해 현재까지 효과적인 예방약이 개발돼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고병원성 AI에 대해 살처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 처음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2003년에는 방역대책으로 오염지역(500m 이내), 위험지역(500~3km), 경계지역(3km~10km) 등 방역지대 설정과 이동제한을 실시했다. 또 바이러스 확산과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발생농장과 발생농장 반경 500m 및 인근 농장 등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ㆍ매몰했다. 닭에서 발생시 위험지역내 닭ㆍ오리를 살처분했으며, 오리에서 발생 시에는 오리만 살처분했으며, 발생농장 인근의 돼지까지도 살처분했다.

고병원성 AI가 두 번째로 발생한 2006~2007년에는 발생농장 반경 3km내 가금을 비롯해 500m내 돼지를 살처분했다.

2008년 처음으로 봄철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고병원성 AI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 7월 상시방역을 골자로 하는 ‘AI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해 능동적인 예찰 활동을 강화했다.

2010년에도 역시 발생지역의 오염원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 발생농장과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전라남도 및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3km이내까지 확대)의 가금류 전부를 살처분ㆍ매몰 처리했다.
현재 발생한 축사를 중심으로 반경 3km 내외의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감수성 동물의 살처분과 그 생산물을 폐기하고 있다.

 발생원인, 철새 탓?

처음 발생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고병원성 AI 발생원인은 ‘철새’가 항상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방역당국은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질병 전파요인으로 감염된 생축의 이동보다는 대부분이 사람과 차량(분뇨ㆍ사료)의 이동과 오염된 종란(난좌)의 이동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파됐을 것이란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철새가 발생원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처음 AI 발생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철새 도래지가 아닌 곳에서도 AI가 많이 발생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새가 전적으로 바이러스를 옮긴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수년간 연구를 통해 매년 소독을 하고 모니터링을 하지만, 농가를 드나드는 차량이나 사람이 옮기는 것까지는 통제되지 않는 등 정부의 늑장 대응과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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