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동 혁 교수 (성균관대학교 생명공학부)

한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차기 정부의 입장은 농촌진흥청이라는 국내 유일의 농업연구·지도기관을 폐지하는 것으로 답하고 있어 향후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가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생명산업인 농업은 현재 국제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칠레, 미국, EU, 중국, 아세안 등과의 FTA 체결과 DDA 농업협상 등에 의한 관세장벽 철폐로 우리 농산물은 세계 주요 곡물회사 및 국가의 좋은 먹잇감으로 몰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8%정도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이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우리 농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으로 농산물의 품질고급화 정책을 중점 추진해 왔고 그 결과 쌀, 과일, 채소 및 축산물 등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외국산과 비교했을 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농축산물의 품질 향상을 이끄는 원동력은 모두 아는바와 같이 기술발전이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농촌진흥청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0여 년간 120여개 작목에 대하여 수많은 품종을 개발하였고, 그 결과 지긋지긋하던 우리네 보릿고개를 해결한 녹색혁명을 이루었다.

또한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는 비닐농법을 개발하여 백색혁명을 이루었다. 그뿐이랴, 각 작목의 생산량도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향상시켰으며, 친환경 농산물 생산 체계를 확립하였다. 그리고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의 품질 향상과 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원산지 분석을 100% 가능하게 하는 등 농업분야에 눈부신 발전이 가능하게 이끈 기술의 보고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05년 EU,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세계 10개 선진국 대상 농업기술수준 분석 결과 우리 농업분야의 종합 기술수준이 세계 5위권으로 조사되었다.

기술수준 세계 5위는 단순한 수치이외에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경쟁에 대한 자신감, 품질에 대한 자긍심과, 국민에게는 우리농산물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농업이 보다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생명산업에서 농촌진흥청이란 조직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농업이 감당해야 할 역할 중 식량안보와 자원개발 분야에서는 지구온난화 등 기상변화에 대응한 품종 및 생산기술개발, 생물자원을 활용한 의학용 천연물질 개발, 신 에너지 자원 개발, 고전농업의 한계를 뛰어 넘을 바이오 기술 확보 등 농업의 블루오션을 선점해야만 한다.

또한 공간적 활용 분야에서는 농업·농촌이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 쾌적한 정주권 형성 등 다원적 기능에 대한 연구를 확대함으로써 농촌 거주민에게는 삶의 활력을, 도시민에게는 재충전의 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통한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으로의 농업마저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국가발전을 위해 계속 인내해야 한다고 타이른 다면, 그래서 우리 농업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이란 국가 조직을 폐쇄시키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5년 뒤 선거에서 다시 받겠다고 한다면, 이는 국민의 안보를 담보로 너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또한 우리 농업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나면 우리 후손들은 어느 나라 농산물에 자신의 배를 의존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기 바라며, 공무원 숫자 감축에만 연연하여 관련 전문가들과 수혜자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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