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충 렬
한국농어촌공사 이사 국립공주대학교 초빙교수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자연재난은 집중호우나 태풍, 가뭄에 대비한 정책에 주로 머물러 왔다. 이웃 일본과 달리 한반도에서 지진만큼은 안전지대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월12일 경주에서 발생한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최대 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수도권에서도 진동이 감지되는 등 많은 부상자와 건물 붕괴 피해가 있었고, 11월 13일에는 충남 보령에서 3.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흔히 지진대비라면 건물, 교량, 원전 등의 안전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럼 농업수리시설은 어떠한가?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수리시설만도 대형 저수지 3,379개, 양배수장 4,357개 등에 이른다. 그간 농업수리시설은 수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어 풍수해나 가뭄에만 주로 대비하여 왔다. 특히 현재 저수지는 89%이상이 만들어진지 30년 이상으로 대부분의 농업수리시설은  노후화되어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에도 취약한 수준인 현재의 안전도로 만약 강도 높은 지진발생시 붕괴 우려가 무척이나 높다. 또한 해외의 넓은 개활지가 아닌 한국의 농지 특성상 상당수의 농업수리시설이 주민의 거주지와 멀지않은 거리라는 점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한마디로 어느 시설 못지않게 지진대비가 필요한 곳이라는 것이다.   

지난 9.12 지진 직후, 농어촌공사는 처음 겪는 규모의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을 동원하여 저수지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신속히 대응한 점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공사 점검결과, 지난 지진에서는 우려되는 사태가 없어 다행이나 지금부터라도 풍수해, 가뭄 중심에서 높은 강도의 지진도 고려하여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중에서 총저수량이 50만톤 이상의 대형 저수지나 주민거주지와 근접한 저수지부터 내진보강을 위한 예산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진재해대책법은 규모가 커서 지진으로 붕괴 시 인근 주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저수지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저수지와 양배수장 등 농업기반시설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로 지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필요로 한다. 공사는 저수량 50만㎥ 이상, 제방 높이가 15m 이상 규모인 저수지 594개소 중 538개소에 대해 시공 과정에서 내진 설계를 적용하거나 내진 보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1982년 이전에 준공되어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나머지 시설에 대해서도 재해위험도 등을 감안해 연차적으로 내진 보강을 실시해야한다.

저수지마다 지진 가속도 계측기 설치를 확대하여 일정규모 이상 지진발생시 계측기에서 경고문자가 발송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위기대응 매뉴얼도 재검토 하여야 한다. 특히 기상청 지진조기경보시스템과 연계하여 지진발생시 즉시 통보받을 수 있는 협업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상특보 알림문자서비스를 현재의 7~9분에서 더 단축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한다.

신속하고 철저한 위기관리시스템을 지속, 강화해 향후 발생 가능한 여진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공사는 물론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지자체 등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장기적인 재해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의 자연재난 추세로 보아 가뭄이나 홍수와 함께 대형 지진까지도 정부나 공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는 다행히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한반도에서 더 높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여야 하며, 그 준비분야에서 현재에도 무척이나 노후 된 농업수리시설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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