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재 욱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관


최근 들어 겨울철에도 먹을 수 있는 과일 종류가 많아지고 수입과일들도 많이 증가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겨울철 과일의 백미는 ‘감귤’이다. 추운 겨울 건조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감귤 하나를 입에 넣고 씹었을 때 입안 가득히 넘쳐나는 새콤달콤한 감귤 과즙은 비타민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능성분뿐만 아니라 겨울철 우리 몸에 모자라기 쉬운 수분도 보충해준다. 요즘은 노지 과원에서 재배되는 온주밀감 유통이 줄어들고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의 만감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2016년 한해를 되돌아보며 감귤 병해충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서 몇 가지 되짚어 보고 소비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2016년산 감귤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검은점무늬병으로 전체 약 23% 과실에서 비상품 수준으로 발병했다. 감귤에 있어서 공식적인 병해충 방제 횟수는 연 7회로 이중에 5회를 검은점무늬병 방제를 위한 약제를 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은점무늬병은 우리가 감귤을 먹을 때 흔히 보이는 병으로서 감귤 껍질에 깨 씨보다 작은 검은 반점들이 붙어 있는 것이 전형적인 병든 과일의 모습을 띤다.  이런 작은 반점들이 있다고 해서 과실의 내적인 품질, 즉 과실이 썩거나 맛이 없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외관적으로 보기에 흠집이 있다는 것뿐이다. 통상 유통할 수 있는 상품 감귤의 기준은 검은 점이 과실 껍질에 5%까지 발생한 감귤이며 6% 이상일 경우 비상품에 해당하여 이런 비상품 감귤들은 생과로 판매되지 않고 가공 등으로 이용된다. 만약 검은점무늬병 상품 기준을 5%에서 15%까지 확대하게 되더라도 과일 껍질에 검은 점이 몇 개 더 발생한 수준으로 외관적으로 혐오스러울 정도는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해외여행하면서 가끔은 과일 코너를 둘러볼 때가 있는데 감귤을 보면 어떻게 이런 감귤이 유통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있다. 여러 가지 병이나 해충 피해로 과일 껍질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고 외관이 지저분한 감귤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 과실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외관에 흠집이 전혀 없는 과일이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고 상품화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외형이나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검은점무늬병 상품 기준이 15%까지 확대되면 상품으로 유통할 수 있는 양이 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약 5% 정도 증가될 것으로 보여지며 또한 검은점무늬병 방제를 위한 농약 살포 횟수도 최소 1회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감귤 증수 효과가 있어서 시장에 유통되는 감귤이 5% 정도 증가됨으로써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5% 증가분은 외적인 품질이 아니라 당 함량이나 산 함량 등의 내적인 품질을 기준으로 하여 선별된다면 소비자들은 더 맛있는 감귤을 먹게 되서 좋고 재배 농가들은 농약 살포를 1회 정도 경감할 수 있어서 좋고, 우리 주변 환경은 농약에 노출되는 경우가 경감되어 더 좋은, 일석삼조(一石三鳥)가 될 것이다.

이것은 재배 농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오직 우리 소비자들의 의식 문제일 것이다. 외관도 깨끗하고 맛도 좋은 감귤을 먹으면 더 좋겠지만 재배에서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이제는 감귤 외관에 검은 점이 좀 붙어 있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동일하게 장바구니에 넣어 준다면 재배 농가, 소비자, 자연환경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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