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로하스와 참살이의 건강문화 속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마시는 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고로쇠 수액은 몸에 이롭고 청정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나무를 베지 않고도 음용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임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로쇠 수액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구전에 따르면, 도선대사가 깊은 산중에서 도를 닦은 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설 수 없었는데 주변 나뭇가지에서 흘러나온 수액으로 목을 축이자 거짓말처럼 무릎이 펴졌다고 한다. 대사는 이 물을 뼈에 좋은 물이라고 해 ‘골리수(骨利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로쇠 수액은 오래전부터 ‘뼈에 이로운 물’로 불리며 위장병, 통풍, 신경통, 산후통 등 민간요법으로 우리 곁에서 애용돼 왔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고로쇠 수액이 골다공증 예방뿐만 아니라 비만 억제 및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그 효능과 가치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고로쇠나무는 전국에 분포하며 높이 20미터까지 자라는데, 목질이 치밀하고 단단해 잘 갈라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수액은 경칩 전후로 10~20일 가량 채취할 수 있으며, 가슴높이지름과 나무 폭이 클수록, 표고가 높을수록 많이 생산된다. 수액은 밤낮의 일교차가 큰 이른 봄에 줄기와 가지의 목질부 세포에 형성되는 압력인 수간압의 영향으로 분출되며, 일교차가 클수록 수액량이 많아진다.

수액은 살아있는 나무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위생적이며,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멍 뚫기 방법을 연구해 제시했다. 이에 산림청에서는 ‘수액의 채취 및 관리지침’을 마련해 지름에 따라 나무당 1~3개로 구멍개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구멍의 크기도 8밀리미터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슴높이지름 10센티미터 미만의 나무는 수액 채취를 금하고 있다. 고로쇠나무 보전과 지속적인 수액 채취를 위해서는 이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최근 수액의 생산량과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수액시장은 약 161억 원에 달하며,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수액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공조림 확대를 통한 수액자원의 집약적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고로쇠나무 수액은 대부분 천연림에서 채취되고 있는데, 폭넓게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채취비용이 많이 들고, 농산촌 인력의 고령화, 장기간 채취에 따른 생산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고로쇠나무를 심고 가꾸어 육성임업을 통한 집약적 수액 생산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고로쇠나무를 심어 가꾼 경우가 자생적으로 자라는 경우보다 생장이 빨라서 평균 10년 일찍 수액을 채취할 수 있고, 고로쇠나무를 심은 지 12년째부터 그루당 약 3리터의 수액을 채취할 수 있음을 밝혀내 인공조림을 통한 집약적 생산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고로쇠나무의 조림을 통해 증가하는 고로쇠 수액의 수요에 대비함으로써 소득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로쇠 수액은 숲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나무를 베지 않고 생산물을 얻기 때문에 숲을 건강하게 보존하며, 겨울철 농한기에도 일정한 소득을 창출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경제적 효과를 가진 셈이다. 고로쇠나무는 수액 이용뿐만 아니라 목재, 바이오매스 자원,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가 높아 앞으로 창조임업을 선도하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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