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진
지리산마천농협 상무


먹고살기 위해서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나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며 산다는 것이나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만, 도시생활과 농촌생활은 여러 가지로 다른 점이 많습니다. 귀농한 친구들이나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향한 사람들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여 농촌 생활에 안착한 사람은 10%정도로 보여 집니다. 그래도 지금은 다양한 귀농 귀향 프로그램이 있어 좀 나은 듯 하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업인으로서 5년 이상 안착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영농후계자로 자금지원을 받아 귀농한 사람은 그 자금이 고갈되기도 전에 떠납니다. 건강상 또는 정년 후 생활을 위해 전원생활을 꿈꾸고 귀향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동화되지 못해 오히려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떠납니다. 막대한 돈 들여 그림 같은 좋은 집 지어놓고 일 년에 한 두번 지내는 별장 역할 밖에 못합니다. 모두 농촌생활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의 실마리는 농촌 취락구조 개선에 있습니다.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농촌 마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농촌경제는 절대로 살아 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촌 어디든 정책적으로 조성된 문화마을을 빼고 모두 예전 그대로 입니다.

우리 마을을 예로 들어볼까요. 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골목길 넓힌 그대로입니다. 살지 않은 폐가옥이 40%정도 됩니다. 눈이 오면 눈 녹을 때까지 아예 차가 다닐 수 없습니다.

폐농기계가 골목길에 방치되어 통행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명절 때에는 주차전쟁으로 마을전체가 홍역을 치릅니다. 어떤 농가는 경운기하나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마당에서 콩 타작을 합니다. 바로 그 앞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입니다. 이런 폐가는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습니다. 발암물질 1급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가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폐가의 주인은 도시에 살면서 1년에 한 번도 오지 않고 5년에 한 두번 고향에 들르면서 절대로 팔지는 않습니다. 그거 팔아봐야 돈도 되지 않고 또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살아있다고 합니다. 동네사람들은 그 보기 흉한 폐가를 매일 봐야 하고,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는 건강을 위협하는데도 말입니다.

농촌 폐가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잘사는 농촌 건설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취락구조 개선이 안 되면 누구든 정착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농촌에 들어와 살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농촌 취락구조를 완전히 바꾸려면 현실적으로 마을사람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문화마을처럼 별도의 마을부지를 선정하여 집단이주를 한다 해도 마을사람들의 협조 없이는 될 일이 아니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입니다.

농업인이 행복한 농촌건설을 위해 우리는 농촌 취락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운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고 지역 사회 개발과 사회 혁신 운동을 병행 추진한다면, 우리 농촌사회는 반드시 변화될 것입니다.

마을 골목길을 지금의 두배로 넓혀 5톤 트럭이 집 앞까지 올 수 있도록 하고,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는 이유 불문하고 강제 정리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연로하신 부모님 농사일에 편하고, 위급 할 때 구급차가 집안까지 들어와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귀농인들이 꿈을 펼치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여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이 어느 한 순간에 이루질 수는 없겠으나,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살기 좋은 농촌으로 거듭나려면, 정책적으로 국회와 정부가 해결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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