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현재 올 처음 정부, 항체형성률 점검 ‘사각지대’…해외백신 일주일 뒤 공급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에서 또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첫 발생 5일만에 전국 동시다발로 번진 이번 구제역은 경기 연천 젖소농가에서 혈청형 A형 구제역이 확인되면서 O형, A형이 동시 발생한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역학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농식품부는 9일 기자브리핑에 이어 가축방역심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010년 1월 A형이 발생한 이후 그해 4월 강화에서 O형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O형과 A형이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보은과 정읍의 O형 발생농장도 150㎞ 떨어져 있고 직접적 역학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이미 곳곳에 산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여덟 차례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A형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 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고, 동시 발생은 없었다.

‘문제없다’던 백신공급…“일주일 뒤쯤”

농식품부는 일단 12일까지 전국 모든 소 330만마리중 접종후 4주가 경과하지 않은 것과 출하예정 2주 이내인 소를 제외한 283만마리에 대해 백신을 일제 접종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A형이 발생함에 따라 ‘O+A’형 백신 재고량 90만두분은 A형 유전자 분석이 끝날 때까지 일시 보류하고, O형 백신 193만두분부터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연천과 관련된 역학지역은 시급성을 감안해 유전자 확인 전에 ‘O+A’형을 긴급 접종키로 했다.
추가로 필요한 ‘O+A’형 90만마리분의 백신에 대해서는 해외 백신 제조업체인 영국 메리알과 긴급 접촉을 가졌지만 추가 확보에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농식품부는 구제역 백신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공언해왔다. 당장 사용할 ‘O+A’형 백신에 대해서도 매칭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바이러스 전파여부가 촉각을 다투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분명 책임소지를 따져야 할 대목이다.

백신접종 6년간 항체형성률 확인 ‘엉성’

방역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 운영을 통해 백신항체 형성률이 소 97.5%, 돼지 75.5%로 높게 유지하고 있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과 전북 정읍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각각 20%, 5%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 수의대 교수는 “이번 구제역으로 정부의 백신접종 관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드러났다”며 “현장에서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표본조사 결과만 맹신하다 허를 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소, 돼지 등 우제류에 대해 백신 접종을 통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50두 미만 농가는 공공 수의사가, 그 이상은 농가가 직접 접종하는 형태. 최근 발생한 농가는 모두 농가에서 자가 접종해야 하는 전업규모 농가들이다.

문제는 정부가 자가접종 결과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가에게 직접 접종하라고 맡겼으면 당연히 결과에 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의성한우협회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백신정책 전환으로 6년이 지났는데 항체형성률 파악도 돼 있지 않고 아직 물백신 논란이나 하고 있는 현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1천만마리 이상 돼지 ‘초비상’…대책은 소독 뿐

구제역 발생에 우려되는 부분은 소에서 출발해 돼지로 확산되는 경우다. 아직까지는 소 농가에서만 발생했지만 만약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까지 번질 경우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돼지의 경우 구제역 전염이 빠를 뿐만 아니라 밀식사육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가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대부분의 경우 소와 돼지 따로따로 발생했기 때문에 동시 발생 매뉴얼은 별도로 없다”면서 “소는 300만두 가량이지만 돼지는 1000만두나 되기 때문에 돼지까지 이번 방역 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돼지와 소 동시 발생은 통상적으로 드문 사례라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소보다 돼지 발생이 비교적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던지 동시 발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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