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상승…농가부담 가중 한-EU FTA’타결’… DDA는 ‘난항’

  
 
  
 
11번째를 맞는 ‘농업전망 2008’ 대회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올해는 세계 각국과의 FTA 협상이 이어질테고, 국제곡물가와 유가는 브레이크없이 내달을 것이다. 이를 농업계에 대입시키면 더욱 앞날이 어두워진다. 경쟁력도 갖추기 전에 시장개방에 휩쓸리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농민들은 노년층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력도 원자재도 없는 농산업. 이대로 라면 미래는 뻔하다. 어떤 무기를 장착해야 살벌한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제발표마다 귀를 기울였지만 뚜렷한 묘책은 없어 보인다. 23일 열린 농업전망 대회의 각 주제발표 내용들을 일부 추려본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 전망과 파급영향=’07/08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대비 약 4.1% 증가한 20억7천243만톤으로 전망된다. 소비량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20억9천377만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말재고량은 전년보다 6.4% 감소한 3억1천324만톤으로 예측된다.

지난 99년 5억8천732만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며, 이번 연도가 사상 최저치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기에 겹친 문제는 미국의 곡물 생산 집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 옥수수 39.3%, 대두 37.7%, 소맥 8.2%가 미국에서 생산된다. 이는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의 시장 교란과 ‘식량무기화’를 노골화하는 현실에 직면하는 현상이다.

바이오에탄올 원료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옥수수 가격은 2005년 하반기부터 급등, 지난해 9월 톤당 141.2달러에 도달했다. 이는 2년전에 비해 71%나 오른 가격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국내 배합사료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면서 양축농가들의 경영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사료곡물시장의 동향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제 곡물부문, 축산부문, 식품부문 수급 및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포함해 이상징후 조기경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운영이 필요하다. 또 선물시장 활용 또는 수입선 다변화로 곡물 추가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 국내 논 등 유휴지의 곡물재배 유도로 자급율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해외개발을 통한 직간접적인 곡물확보 등 국제적 생산기반 확보방안도 계획해야 한다.

FTA·DDA 추진 동향과 전망=한미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정부의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EU, 한-캐나다 협정도 연내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과 FTA 협정도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DDA 협상은 개정안이 제시될 경우 상반기 타결을 시도할 것이나 미국의 정국 분위기상 연내 타결 전망은 어려울 듯하다.
지난해 11월까지 5차 협상을 마친 한-EU FTA는 돼지고기, 닭고기, 주류, 낙농품, 초콜릿 등 양허 수준이 한미FTA 타결 수준과 상응해야 한다는 EU측이 주장에 고심하는 처지다.

눈앞에 닥친 제일 큰 문제는 한미FTA다. 협상 결과는 가장 지금까지의 여느 FTA 가운데 가장 폭넓고 개방 수준이 크다. 곧바로 관세를 철폐키로 한 품목수는 578개이다. 아세안FTA 532개보다 많다.
협상결과로 이행 15년간 주요 농산물 생산액 감소 총액은 1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평균 6천698억 생산액 감소에 해당한다.

농산물 안전성 소비자 신뢰개선 방안=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농산물에 대한 생산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안전관리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법률 및 관리체계 등의 개선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우선 안전성 관리제도 및 관리체계가 통합돼야 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는 친환경농업육성법, 우수농산물관리제도와 농산물이력추적제도 등. 제도 시행과 농가의 중복 인증문제, 여러 가지 표시제도 혼용에 따른 소비자의 혼란이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증종류, 인증기준, 표시사항 등과 같이 각각의 제도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농산물 안전성 관련 제도의 통합화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인증 단계를 간소화하고 GAP인증 검사성적을 상호 인정한다. 우수 농산물 인증의 경우 명칭을 농산물우수관리인증으로 변경하고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개선 방안은 소비자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경영의 조직화=현재보다 더욱 규모화된 전업농 육성책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지출하단계에서의 규모화된 경쟁력있는 산지유통조직을 키우는 사업도 병행돼야 한다.
농촌의 고령화에 따른 후계인력의 부족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후계인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농업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전업농 육성이 핵심적으로 추진돼야 하겠지만 동시에 영세소농의 농업구조를 보완하는 효율성 높은 농업생산방식의 도입도 필요하다. 마을단위가 하나의 생산주체인 법인이 돼 지역 농지를 장기 임차, 경영하는 형태이다.

농협이 지역의 생산법인에 출자하고 작부체계를 유도해 농업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장기 임대차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농업경작자로서의 위상을 부여하고, 일본과 같이 농가단위 경영 안정대책의 지원 대상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식품 수출기업의 성공요인=상품의 경쟁력과 차별성, 공급·구매자간의 관계성, 경영자의 역량, 경쟁국과의 경쟁관계, 신시장 개척. 이러한 성공요인을 기본적으로 충족해야만 성공한 기업으로 남게 된다.
수출에 실패한 기업들은 성공요인을 달성하지 못했거나 생산자나 바이어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공급선과 수출선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또는 경영위험을 극복하지 못해 도산한 경우도 있다.

파프리카와 같이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갖추는 경우는 성공하지만 깐 밤의 경우처럼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견됐을 때 품목전환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삼화한양식품의 유자차나 그린합명회사의 팽이버섯은 가격 또는 품질 경쟁력과 무관하지만 해외시장에서 경쟁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신상품을 개발 수출하는 경우 차별성으로 성공한 사례다.

새로운 시장 개척은 불가피한 전략이다. 따라서 시장개척에 대한 정부의 지원조직 확충과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 영세농 개별 계획은 위험할뿐더러 성공률이 낮다. 수출농가들의 조직화와 계열화를 위한 관계기관과 농가들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향토산업 육성=지역의 향토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향토산업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정확한 개념의 향토산업을 정의내리기도 힘들고, 실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농업·농촌에 기반을 둔 향토산업은 농업발전에 반드시 필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동안 농림부는 농어촌 특산단지, 농산물가공공장, 농어촌 휴양자원 등 지역의 부존자원에 기초한 농외소득원 개발과 소규모 공업단지의 농공단지 개발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허나 이들의 특색은 규모가 영세하고 전통기술을 사용해 표준화가 어렵다. 또 기술인력의 고령화 및 후계인력 확보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지식 및 정보 공유나 공동 연구개발이 부족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산업화하기에는 여러 가지 역부족이란 얘기다.

향토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향토산업 육성 관련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 향토산업의 브랜드 관리를 위한 지적재산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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