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구증구포 ‘흑삼’ 바람 불어 일으킬 것”

“인삼의 좋은 성분이 오롯이 몸에 잘 흡수되기 위해 9증9포 전통방식으로 ‘흑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에 위치한 백제동성농장 전순이 대표는 인삼의 좋은 성분을 오롯이 담아내겠다는 열정으로 오랜 기간 정성을 쏟아야만 완성되는 흑삼을 만들고 있다.

전 대표는 익산에서 20년 넘게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그녀는 6년간 정성껏 재배한 인삼을 이용해 흑삼으로 가공한 뒤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삼의 경우 3번 찌고, 3번 건조한 것을 말하는데, 흑삼은 홍삼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숨 쉬는 옹기에 인삼을 넣어 9번 찌고 9번 건조하는 구증구포 과정 거칩니다. 구증구포 과정만 약 35~4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또 이후엔 1년간의 저온 숙성과정을 거쳐야지 만이 비로소 흑삼이 탄생되죠. 단계별로 찌는 온도와 시간도 다르고, 또 말리는 과정에서도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흑삼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절대 눈을 땔 수 없습니다.”

전 대표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엄선된 양질의 인삼을 선별해 기계식이 아닌 전통식 그대로 수제방식으로 9증9포된 흑삼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인삼을 그냥 섭취하는 것과 흑삼으로 섭취할 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 대표는 첫 번째로 ‘정성’을 꼽았다. 흑삼을 만들 때 마음가짐도 바로잡고 흑삼 하나하나에 좋은 기운을 불어 넣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있다고 전 대표는 전했다. 또 과학적으로도 인삼보다 흑삼에 유효성분이 더욱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인삼이 증숙ㆍ증포 과정을 거치면서 고분자 사포닌 일부가 새로운 효능의 저분자 형태로 변형되어 몸에 흡수가 더욱 쉬워지게 돼요. 이 때문에 9증9포로 가공된 흑삼에서 유효성분이 최고의 수치로 정점을 이루게 되죠. 또한 인삼의 경우 사포닌의 종류와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찌고 말릴 경우 열에 의해 새로운 사포닌들이 합성되며 없었던 사포닌의 종류와 수가 늘어나는 등 유효성분을 더욱 높여줍니다.”

흑삼은 9증9포 과정을 거치면서 쫀득쫀득한 형태의 진액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것에는 몸에 좋은 사포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전 대표는 이러한 좋은 성분이 가득 담긴 흑삼을 섭취하기 쉽게 추출액, 겔, 농축액 등으로 가공, 판매하고 있다.

지금 전 대표는 인삼, 흑삼과는 천생연분을 자랑하지만, 그녀가 인삼과 처음 연을 맺은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20여년 전, 서울살이를 접고 연고지가 전혀 없던 익산에 새 터전을 마련하게 된 전 대표는 이웃집에서 농사짓던 인삼을 보고 홀딱 반해 그길로 인삼농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겁이 없었죠. 평생을 농사를 모르고 지낸 사람이 첫 농사로 인삼을 짓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 말렸죠.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삼농사를 지었어요. 첫 농사요? 보기 좋게 망했죠. 워낙 꼼꼼한 성격에 처음부터 영농일지를 꼼꼼히 작성했었는데, 계산해보니 수확해서 벌은 돈보다 들어간 돈이 훨씬 많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니깐 지역에서 인삼농사 잘 짓는 어르신이 먼저 인삼농사를 제대로 가르쳐주겠노라고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이후 인삼농사에 노하우를 터득해가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수확도 쏠쏠했다. 그러던 중 전 대표에서 두 번의 큰 고비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두 번의 고비는 그녀의 인생에 큰 반환점이 됐다.

첫 번째 고비는 전 대표의 건강 악화였다. 갑자기 몸이 크게 아파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길 정도였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렸을 무렵, 또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인삼 가격이 절반이하로 폭락한 것.

“큰 병치레를 하고 원기회복을 위해 한의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인삼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인삼을 달여 먹으라고 권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홍삼을 달여 먹었죠. 그러던 차에 인삼가격이 폭락해 큰 손해가 발생했는데, 집에서 홍삼을 달여 먹듯, 인삼을 가공해 판매한다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인삼 가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특히 전 대표는 인삼 가공을 연구하던 중 인삼의 효능이 꽉 찬 ‘흑삼’의 매력에 폭 빠졌다.
주변에서는 그 어려운 것이 굳이 왜 하냐며 사서 고생한다며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몸도 성치 않는데 힘든 일을 한다며 가족들조차 등을 돌렸다.

“모두가 저를 외면했어요. 힘들면 관두겠지라고 생각했대요. 흑삼이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게 아니거든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 바로 흑삼이죠. 그래도 저는 흑삼에 대한 열정으로 매진했고, 백제동성농장의 흑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정성을 알아주는 것일까. 백제동성농장의 흑삼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밀려오고 있다. 최근 미국 수출 성공을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등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 대표는 전했다.

“저는 백제동성농장의 흑삼이 그 누구의 흑삼에 견줘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그만큼 정성을 다해 만들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인삼가공품은 기업이 장악해 버려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고, 다행히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 수출을 위한 노력을 부단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앞으로 수출과 함께 더욱 건강한 흑삼을 만드는 것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믿고 먹을 수 있는 흑삼을 내놓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해 흑삼을 만들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전순이의 흑삼을 먹고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열정의 끈을 놓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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