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 진
(사)한국토종닭협회 상임부회장



토종닭 유통시장의 한축을 맡고 있는 산닭시장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초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토종닭 산닭시장은 일방적인 폐쇄 조치됐다. 이번 AI 사태로 인해 총 3,270만수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지만 토종닭은 살처분 숫자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산닭시장을 차단방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산닭시장은 전체 토종닭 유통물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그 역할이 상당하다. 연간 토종닭 도계수수는 8,000만수 가량이며 이중 산닭시장은 2,500만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산닭시장이 2개월이상 폐쇄되면서 유통시장의 대혼란이 야기됐다. 출하시기를 놓쳐 4kg에 육박하는 토종닭이 넘쳐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 수차례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호소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마지못해 수매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2차례에 걸친 민간자율비축(43만수)과 시장격리(58만수)가 이뤄진데 이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77일령 이상인 토종닭 65만수를 다시 냉동비축해 시장에서 격리에 나섰다. 매입가는 ㎏당 2,0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매입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데다 출하물량이 3kg을 넘어서 당초 격리키로 했던 물량 확보는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토종닭시세도 여전히 바닥에서 머물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육계와 견줘 토종닭 시세는 형편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토종닭 평균 시세는 ㎏당 3,292원을 기록했으나 12월 평균 시세는 ㎏당 2,288원으로 추락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당 2,200원대에 머물러 최소 생산비인 kg당 2,400원 이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시장 격리 물량이 움직이면서 2,200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향후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토종닭 시세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물량 출하가 쉽지 않은 현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3kg 이상 토종닭을 유통시킬 수 있는 산닭시장이 당장 영업을 재개하는 것이 적체돼 있는 물량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동안 산닭시장 종사자들은 AI 조기 종식을 위해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아왔다. 정기적인 소독활동은 물론 종사자들의 방역의식 고취, 한시적 산닭시장 폐쇄조치 등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방역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산닭시장 종사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어 이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산닭시장 영업재개이다. 정부에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산닭시장은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도 산닭시장은 존재하고 있으며 안전한 먹거리 공급 통로로 인정받고 있다.

일방적으로 2달 넘게 지속된 산닭시장 폐쇄조치는 이제 방역조치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산닭 종사자들이 그간의 설움을 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할 것이다. 지금도 농장에 적체돼 있는 3~4kg에 달하는 토종닭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은 정부의 수매정책이 아니라 산닭시장 영업재개가 유일하다. 정부는 더 이상 산닭 종사자들의 고충을 외면하지 말고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기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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