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우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호랑이가 잡아간다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 소리에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을 들은 호랑이가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걸로 착각하고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할 만큼 곶감은 예부터 매우 귀하고 맛있는 먹거리였던 모양이다.

감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원산지로, 떫은맛의 유무에 따라 떫은 감과 단감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떫은 감을 재배하여 홍시나 곶감으로 가공하며, 일본은 단감을 주로 재배한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재배되는 대표적인 떫은 감 품종으로는 청도반시, 상주둥시, 고종시와 일본품종인 갑주백목 등이 있으며, 단감으로는 일본품종인 서촌조생, 부유, 차랑 등이 있다.

낙엽이 물들어 가는 10월 떫은 감을 수확한 후 껍질을 벗겨,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서 건조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임산물인 곶감은 마땅한 먹거리가 없던 옛 시절 추운겨울 남녀노소 모두에게 훌륭한 영양 간식이었다. 최근에는 감 말랭이, 감식초, 감 발효진액, 감잎차, 아이스홍시, 고추장, 퓌레, 장아찌, 와인, 잼 등 다양한 가공제품이 개발되어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떫은 감은 카로티노이드, 비타민C, 아미노산, 탄닌, 펙틴과 당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영양과일이다. 특히 비타민C의 함량이 오렌지의 2배, 사과의 6배로, 감기, 혈관노화방지, 소화불량, 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 특히 곶감에는 성인병 예방 및 대장암 억제에 효과적인 식이섬유소가 100그램당 2.8그램(식품재료 중 식용이 가능한 부분)으로 과일 중에서 가장 풍부하다.

가끔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 혀를 온통 뒤덮는 떫은맛에 놀라곤 한다. 과연 떫은맛은 왜 나는 것일까? 감에는 떫은맛을 가지는 화합물인 탄닌이 함유되어 있는데, 감을 먹는 순간 수용성인 탄닌이 침에 녹으면서 떫은맛을 낸다. 그러나 곶감은 후숙 및 건조과정 중에 수용성 탄닌이 불용성 탄닌으로 변하면서 떫은맛이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렴작용이 있어 설사를 멎게 하고, 모세혈관을 탄력 있게 하여 순환계 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약 15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대부분 떫은 감 위주의 시장이다. 또한 전 세계 생산량은 약 447만 톤이며, 중국에서 약 74퍼센트가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으며,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된다. 감은 우리나라 주요 소득 작물로 재배면적은 2014년 기준 약 29,000헥타르(ha)이고, 생산액은 약 6,000억 원으로 사과 10,600억 원, 감귤 9,200억 원에 이어 3위에 이른다.

하지만,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폭넓은 시장개방으로 인해 감농가의 경쟁력 소실과 농촌과 도시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농업인구의 고령화, 재배생산기반의 취약, 농산물 가공과 유통의 문제점으로 감 재배농가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청도반시축제, 창원단감축제, 상주곶감축제, 영동곶감축제 등 감의 소비활성화를 위한 지역행사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감 재배농가의 소득향상과 농촌지역 고용창출을 통한 농촌의 활성화를 위해서 국민 모두가 영양과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은 우리임산물 감의 소비 활성화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용도에 맞는 떫은 감 개체를 선발하고 우량계통을 활용하여 홍시 및 곶감용 등으로 적합한 고품질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고품질 감을 생산하기 위한 재배 및 수형(나무모양) 관리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감 산업이 더욱 발전해 소비자에게는 믿고 즐겨 먹는 과실이 되고, 임산물 생산농가에는 많은 소득을 올리는 대표 과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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