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관 수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사


청송이라도 가을 되면 홀홀 낙엽진다 하느니...”
박두진의 시(詩) ‘낙엽송’의 한 구절이다. 시에서 알 수 있듯이 낙엽송은 이름 그대로 가을이면 황금빛 낙엽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장쾌한 수형으로 언제보아도 감탄을 자아낸다. 깊어가는 가을 노랗게 물든 바늘 단풍이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내며 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낙엽송은 소나무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조림수종의 하나로 목재의 재질과 향이 좋아 건축, 토목, 합판용재로 널리 이용되어 산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종(樹種, 나무종류)이다.
낙엽송은 독립수로 활용되며 공원 캠퍼스, 골프장의 러프(rough) 지역에 군식하는 등 녹지 보전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낙엽송은 그 쓰임새도 매우 다양한데, 송진은 상처가 났을 때 고약으로 사용되고, 어린 눈은 차를 끓여 마시며, 잎은 다른 약재와 함께 임질, 통경, 치통 등에 썼다고 전해진다.
북위 37°이북의 금강산, 후치령, 백두산, 낭림산 등지에 분포하는 낙엽송은 우리나라 자생종 잎갈나무인 반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낙엽송은 일본  원산의 낙엽침엽교목으로 1904년 일본으로부터 도입되어 ‘일본잎갈나무’라 부른다.

남부해안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생육이 가능한 낙엽송은 빠르고 곧게 자라며,   과거 철도 침목(받침목)이나 전봇대를 목재로 사용하던 시절에 많이 심어 황무지였던 우리 산림을 푸르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196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체 조림면적의 17.2퍼센트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면적에 조림된 낙엽송은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의 약 6.6퍼센트인 424,700헥타르에 달한다. 국내산 원목의 판매 가격은 지역별, 계절별 그리고 목재 산업의 경기 동향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국내 합판용 낙엽송은 US$200/㎥으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낙엽송 원목(22~30cm) 수입  가격은 US$160/㎥ 으로 라디아타파인 원목 수입가격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후 변화에 적응력도 뛰어나고 임업인에게 돈이 되는 낙엽송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생장이 탁월한 낙엽송 수형목(樹型木, 우량개체나무)을 1959년부터 1980년까지 전국에 걸쳐 총 145그루를 선발하여 접순을 채취, 접붙이기하여 우량한 종자를 생산할 수 있는 채종원을 270헥타르 규모로 조성하였다.

1980년 이후에는 수형목과 동일한   유전구조를 지닌 클론을 보존하거나 증식할 목적으로 수원에 64클론(접목이나 삽목 등 무성번식으로 증식 된 개체)을, 춘천에는 145클론을 조성하였다.

낙엽송은 생장이 빠르고 재질이 우수하여 대경재(大徑材, 큰 지름 원목) 생산 시 투자  수익률이 높아 목재 산업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종자 결실주기가 길어 종자 확보가 쉽지 않고 묘목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조성된 낙엽송 클론보존원에서 클론 간의 개화 특성 분석을 통해 수형목 145클론 중 다개화 클론으로 암꽃 20클론, 수꽃 22클론을 선발하였으며, 우수한 클론을 이용하여 우량개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조직배양을 통한 클론 대량 생산기술을 개발하여 종자문제 극복 및 클론 임업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국립산림과학원 경제수종개량연구팀은 기존의 육종방법과 차별화되는 GS(Genomic selection) 또는 BwB(Breeding without breeding) 등 분자 육종방법을 도입하기 위한 기반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향후 조기 선발에 따른 육종기간 단축, 개량효율 극대화 및 소요비용 절감을 도모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개량효과는 일반 천연림에 있는 나무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육종 기간 및 비용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제안된 육종 방법 중 효율성이 가장 높은 방법이며 향후 다양한 수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낙엽송이 국가의 집중조림 수종으로 대두됨으로써 종자생산과 함께 클론묘 생산을 통한 우량 묘목 대량공급이 국가 중요 현안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은 현장과 기술 중심으로 산림자원의 최적 육성을 통하여 산림부국의 길로 가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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