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한겨울 눈 내린 산 정상, 삭막한 침엽수림과 소복하게 나무 위에 내린 눈 사이로 붉은 열매가 보인다. 처음 이 나무를 마주한 이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한다. 매서운 이 계절, 그것도 산꼭대기에 곱기도 한 붉은 빛이라니. 포도알처럼 알알이 붉은 열매를 매단 이 나무, 바로 그 이름도 독특한 마가목이다.

마가목은 이른 봄 눈(싹)이 틀 때의 모습이 말 이빨과 같아 마아목(馬牙木)으로 불렸고, 장미과의 낙엽 소교목(小喬木)으로 7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가을이 되면 불타오르듯 붉게 물드는데, 열매 또한 붉게 익는다. 이 열매는 겨우내 떨어지지 않고 한겨울의 삭막함을 붉은 빛 따스함으로 감싸 안는다.

마가목은 주로 제주도나 강원도의 해발 800m가 넘는 높은 지역에 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공원이나 가로수로 보는 마가목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마가목은 붉은 아름다움 못지않게 효능도 뛰어나 예부터 약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민간에서는 마가목 열매와 나무껍질(樹皮)을 각종 신경통과 허리 통증, 손발의 저림과 시림, 원기회복, 위장질환, 관절염, 기관지염, 비염 등에 사용한다.

특히 마가목을 꾸준히 복용하면 근육과 뼈가 튼튼해져 말과 같은 힘을 얻는다고 하여 ‘튼튼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마가목 열매를 ‘마가자(馬家子)’, 껍질을 ‘정공등(丁公藤)’ 혹은 ‘천산화추(天山花楸)’라 하여 강장, 이뇨, 진해(鎭咳), 거담(祛痰), 지갈(止渴), 신체허약, 중풍, 폐결핵 등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마가목이 연골손상을 억제하고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 목이나 허리 디스크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마가목 열매에는 비타민 C(ascorbic acid), 플라보노이드, 카테킨, 카로틴, 당분 및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곰팡이를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 방부제로 사용되는 소르브산(sorbic acid)도 함유하고 있다.

또한 마가목 가지 추출물이 주름개선 효과가 매우 뛰어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천연 화장품으로의 응용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가목의 한 종류인 당마가목은 울릉도 성인봉 근처에서 그 군락지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울릉도 나리분지에서는 당마가목의 열매와 가지를 밭에서 재배하며, 그 아래 반음지(半陰地)에서는 고사리나 산마늘을 함께 재배한다. 그럼으로써 당마가목 열매와 나무껍질의 수확, 산나물 수확, 당마가목 뿌리 부분이 햇볕에 노출되지 않아 더 잘 자라는 효과가 있다.

이에 더해 관광객 유치까지 1석 4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6차 산업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에 관광객이 많은 몰리는 여름철에 피는 하얀 꽃은 관광객의 즐거움을 더해주며, 전년도에 따서 말린 당마가목 열매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울릉도민의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높은 지역에 사는 마가목 가지를 꺾어 보면 진한 체리향을 맡을 수 있다. 나무껍질이나 가지를 열매와 함께 술을 담그면 그 어떤 양주보다 향과 맛이 뛰어난 마가목주(酒)가 되는데, 평생에 이 술을 한 번 맛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애주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마가목의 뛰어난 효능과 술맛이 알려지면서 자연에서 무분별하게 채취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여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다. 특히 열매는 해걸이로 인해 2〜3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채취되면 자취가 쉽게 감춰질 수 있으며 어린 마가목이 자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은 마가목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마가목, 당마가목, 산마가목에 대한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하였으며, 마가목별로 대표할 수 있는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였다. 이와 함께 고지대가 아닌 도심에서도 잘 자라고 급격한 기후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 토종 마가목이 널리 활용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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