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호혜적 성과’ 예찬 나서…이미 추가개방도 언급

‘농축산물 대미 수출 연평균 10.3% 증가, 대미 수입은 0.2% 증가’
2012년3월15일 한미FTA가 발효된 후 6년차에 접어들면서 지난 5년간 한미 통상교역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정부 또한 ‘상호 호혜적 성과’로 이미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기까지의 배경이나 이를 통한 정책 추진에 농업의 위치가 맨 끝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 FTA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폐업이나 품목전환 농가가 즐비한 상황에서도, 농업분야 수출이 늘고 수입은 그만그만하다는 분석자료가 나왔다. 농업도 혜택범주에 있다는 것이다.

농촌 현실과 극과 극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이런 평가분석은, 미국이 FTA재협상을 요구해 올때 또 다시 ‘농업희생’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저의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농업계 여론이다. 이쯤이면 추가개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5년의 결과가 과연 농업에 이로웠을까.



“농산물값도 바닥, 하루살이 인생같다”

3월3일 경북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강당에서는 포도폐업 농가들을 대상으로 작목전환 설명회가 있었다. 포도농사를 그만 둔 농가들이 복숭아, 자두, 사과 등 과실류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업지원금 집행이 완료되면서, 농가들은 ‘무슨 농사를 지을까’ 고민 중이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농민은 “포도농가가 많이 없어지면서 포도값이 오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대로라면 싼 포도 수입을 더욱 부채질하는게 아닌가”라며 “어떤 품목을 선택하더라도 불안하고 눈치보이고 대체과수가 과잉생산될까봐 걱정된다. 하루살이 인생같다”고 푸념했다. 

품목을 한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수입과일로 인한 국내 과일시장은 초토화됐다. 춥지 않았던 지난 겨울 여파까지 미치면서 3월초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과채류와 채소류 출하 물동량은 이미 하락세가 만연하다. 평년값이 100이라 가정하면 70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평년값 100이라는 수치도, FTA로 수입개방이 시작되던 2004년 한칠레 FTA이전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격대이다. 이런 시장구조는 이미 수입산 과채류가 존재한다는 인식하에 펼쳐지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 관계자는 “장기 사이클 관점에서 현재 농산물 가격은 바닥권이고, 이미 마지노선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농산물은 5~6년의 도약기와 20여년의 긴 정체기를 순환하는 가격 패턴을 나타냈는데, 지금은 어떤 패턴도 적용할 수 없는, 이익구조의 최하단계”라고 주장했다.

 “농경연, 미국주도의 통상여건 변화에 기민한 대응 필요”

지난 15일 무역협회가 주관한 한미FTA 5년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주형환 통상산업자원부 장관은 “FTA가 지난 5년간 양국간 경제협력의 기본적인 틀로써, 교역, 투자 및 일자리 창출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며 모두에게 유리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한술 더떠 “한국경기가 호전되고 서비스 시장 추가개방하는 것을 고려하면 양국간 교역이 점차 균형 잡힌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한미FTA ‘예찬론’을 폈다.

산업부가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면서 ‘한미FTA 발효 후 농축산물 교역’이란 참고자료에 “FTA 발효후 대미 농축산물 수출은 10.3% 증가했고, 농축산물 수입은 연평균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농업분야에 상당한 혜택이 돌아갔다는 뜻으로 읽히기 충분한 내용이다. 이를 접한 <조선일보>가 “한미FTA 발효 때 나온 괴담 가운데, 미국산 농축산물이 대거 밀려와 우리 농업이 황폐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교역동향을 보면 미국산 과일 때문에 국내 과수 농가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긴 어렵고, 오히려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왜곡된 자료배포로 엄청난 오해가 양산된 것이다.

이보단 덜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의 ‘한미FTA발표 5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 연구보고서 역시 한미FTA로 인한 농업분야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보고서엔 “수입수요 감소와 무역 전환 효과 등으로 FTA 관세인하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으나, 향후 경기 회복과 교역여건 호전으로 FTA 효과는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 대비 3.5% 감소, 2014년 이후 감소 추세’라는 소제목을 달기도 했다.

농경연은 다만, “FTA 수입피해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대책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농업부문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미국 주도의 농업분야 통상여건 변화에도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1% 높다는 수출실적…사실은 6억7천만달러 적자”

농경연의 긍정평가에도 보고서에 게재된 통계치를 살펴보면, 농업피해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이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수출입 동향을 물량이나 금액이 아닌, 퍼센트로 명기하고 있다. 그래프를 분석해야지 물량과 금액이 판단되는 보고서인 것. 때문에 ‘수출이 연평균 10.3% 증가했고, 수입은 0.2%만 늘었다’는 내용을 물량과 금액을 대입시키면 수출은 연평균 7억달러 늘어난 것이고, 수입은 14억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FTA 발효전인 2007~2011년까지 연평균 수출액이 3억9천900만달러이던 것이 2016년엔 7억1천800만달러로 5년사이 3억1천900만달러 늘어난 것이고, 수입은 61억9천500만달러이던 것이 71억8천200만달러로 9억8천700만달러 늘었다는 결론이다. 우리보다 미국의 농산물 수출증가규모가 3배이상인 것이다. ‘눈속임’의 정형이다.

또한 수출이 늘었다는 농축산물은 궐련, 혼합조제식료품, 기타음료, 라면, 비스킷, 국수, 베이커리반죽, 냉면 등이다. 식품업체들 제품을 농축산물로 포함시킨 것이다. 2016년 대미 수출 농축산물규모는 7억1천800만달러지만, 실제 곡물 과일 채소 등의 농산물은 6천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 수준에 불과하다. FTA 발효전이나 비슷한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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