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자 재량행위” 규정 ‘전가의 보도’ 남용 우려

지난 3월 2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고 수입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개설자인 서울시가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상장되지 아니한 농수산물의거래허가)에 입각한 심도있는 검토를 명목으로 사실상 불허했던 사안이 번복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출하자단체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과 농림축산식품부도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안법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무분별한 상장예외품목의 상장거래 환원을 위한 심도있는 검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청과부류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해당 품목을 거래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중도매인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지난 2014년 당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정산(주)의 조기정착을 위한 상장예외품목 확대 방안으로 당근 및 수입과일을 검토한 바 있어 새삼 주목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수입당근의 거래방법 지정 검토’를 통해 앞세우고 있는 법원의 판단근거인 “개설자의 재량행위”에 대해서도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시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2015구합69362, 거래방법 지정 처분 취소)에 따르면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는 제3호에서 ‘그 밖에 사장거래에 의하여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 이라고 규정하여 그 허가요건에 해당되는지 판단함에 있어 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상장예외품목의 지정 및 거래허가는 기본적으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은 “개설자의 재량행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수입당근을 두고 “상장거래가 현저히 곤란하다”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재량적 판단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분석 자료에서 조차 수입당근의 물량누적비율은 15.1%이다. 또한 5개 도매시장법인(서울, 농협, 중앙, 동화, 한국)에서 수입당근을 취급하는 중도매인도 84명에 달한다. 물량도 많고 취급 중도매인도 많다. 상황이 이럴진대. 상장거래로 중도매인이 수입당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검토결과가 경이로울 뿐이다.

문제는 또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가 규정하고 있는 품목은 동법 시행령 제2조가 규정한 △청과부류-과실류ㆍ채소류ㆍ산나물류ㆍ버섯류ㆍ서류 등 부류에 따른 품목이다. 따라서 당근 품목의 원산지를 구분해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하는 것은 농안법 어느 규정에도 근거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17년 상반기에 논의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수입바나나와 수입포도, 산물쪽파 등의 거래방법 지정에서도 “개설자의 재량행위”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입당근의 가락시장 유통실태와 같이 수입바나나, 수입포도, 산물쪽파 등의 경우도 부류별 물량누적비율이나 취급 중도매인 숫자에 있어서는 상장예외품목 허용 대상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수입당근 처럼 중도매인 요청에 따른 “개설자의 재량행위”를 앞세울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상장예외품목에 대한 농안법 개정안 검토 작업에서는 상장거래원칙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특히 이해당사자나 개설자의 임의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각호의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상장예외거래 지정기간이 끝나면 매년 평가를 통해 상장거래로 환원될 수 있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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