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한여름이나 한겨울 몸이 힘들어질 때면 몸보신을 위해 우리는 오리나 닭을 요리하는 식당을 찾는다. 이럴때 보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마다 대표로 내걸리는 것이 바로 ‘옻’을 이용한 음식이다. 예전에 “옻 타세요?”라고 물으며 내미는 약을 먹지 않고 호기롭게 옻닭을 먹었다가 가려움과 발진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호된 기억 후로는 등산 때마다 ‘저것이 옻나무가 아닐까’ 약간의 두려움이 들곤 한다.
옻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높이 20미터, 가슴높이 지름 30센티미터 정도 자란다.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이며, 암수 딴 그루에 잎은 우상복엽(羽狀複葉)이다.

옻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는 개옻나무와 붉나무가 있는데, 개옻나무는 3~7미터 정도 자라고 어린가지와 엽축(葉軸, 잎줄기)이 붉은색을 띄며, 붉나무는 엽축에 날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옻나무는 특용수의 대표 수종이었다. 옻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유상액(emulsion)인 옻이 나오는데 이것으로 칠을 하면 산과 알칼리에 녹지 않으며, 내염(耐鹽), 내열(耐熱), 방수, 방충, 방부(防腐), 절연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에서 옻나무는 신라시대 경덕왕 때부터 재배하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마을마다 심어야 할 옻나무 수까지 정해 대대적으로 재배를 권장했다.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중 광택을 잃지 않은 칠기류(漆器類)는 모두 옻칠을 한 것이며, 현대의 어떤 도료(塗料)도 옻의 우수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오늘날 좋은 도료가 많이 개발되었지만 가구류, 비행기의 특수 외장 도료, 군수 선박 도료, 광케이블의 보호막, 전기 저항 보호막 등에는 지금도 반드시 옻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옻나무의 영어 이름도 옻칠을 의미하는 래커 나무(일명 락카 나무, lacquer tree)다.

한방에서는 옻나무에서 나온 진을 건조시킨 것이나 나무껍질을 건칠(乾漆)이라 하여 월경폐색(월경이 막혀 안 나오는 증세), 징가(배 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증세), 풍한습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사지마비, 골절상, 음식물이 적체되어 위에 머물러 있는 증상에 사용해 왔다.

특히 옻은 따듯한 성질로 위와 장을 편안히 해 소화를 돕고, 혈관을 넓혀 뭉친 피를 풀어주며, 성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임산부와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옻나무를 음식으로 먹어왔는데, 새순은 데쳐서 먹고, 줄기는 술을 담가 먹었으며, 간장이나 된장에도 옻나무 줄기를 넣어 왔다. 특히 옻나무 줄기를 닭과 함께 삶으면 바로 옻닭이 되는데 옻닭은 속을 따뜻하게 하며 관절염에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옻나무 진액과 계란 노른자를 섞어 꾸준히 먹으면 위장 장애에 효과적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옻의 주요 성분은 옻이 오르는 작용을 하는 우루시올(urushiol)과 우루시올을 산화시켜 반응할 수 있도록 활성을 주는 효소인 라카아제(laccase) 등이다.

현재까지 옻나무의 최대 생산지는 강원도 원주로, 이는 190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나라 옻의 우수성을 알고 옻을 직접 생산하여 가공하는 생산단지를 원주에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강원도 원주에는 2012년 기준으로 700여 가구가 540헥타르(ha) 규모에 160만 주(株) 정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충북 옥천에서 200여 가구가 10헥타르 규모에 옻나무를 재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한방 항암 치료제가 여럿 개발되었는데 가격과 효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옻나무는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약이 되고 돈이 되는 좋은 소재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옻나무의 역사성과 잠재적 가치를 밝히고,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옻나무와 관련된 연구를 다방면으로 수행함으로써 임업인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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