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진 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

외국을 여행해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사람이 사는데 최적화된 국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밤에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도 안전을 위협받지 않으며, 무료로 언제나 이용 가능한 공중 화장실, 식당 등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물 등이 먼저 떠오른다.

화장실이나 물 등은 우리 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임에도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내가 필요할 때 이들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요소들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국민 또는 고객에게 충분하게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고객)를 우선하는 이런 부분이 대한민국의 브랜드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갈 때 큰 강점을 가지는 생활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를 생산하는 농업인을 포함하여 농산물을 재배해 시장에 출하하는 모든 농업인을 우리는 농업 경영인이라 부른다. 경영인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이나 사업 등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 기업의 목적달성을 위해서 경영활동을 계획ㆍ지휘ㆍ조정하는 기업의 관리주체’이다. 즉 농산물을 판매하여 소득을 얻는 상업농은 이미 하나의 기업이고, 하나의 품목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라는 의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는 생산물의 판매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요구를 살펴서 보다 사용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며, 생산물의 가치는 대부분 가격과 일치되고 있다. 그러나 배를 포함한 농산물은 수급조절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 요소가 많아 본연의 가치와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기상재해 등으로 품질이 떨어지지만 생산량은 적은 경우 가격이 폭등하며, 어쩔 수 없이 구입하긴 하지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지만은 않다.

이러한 자연적인 현상 이외에도 생산자의 욕심에 의해 가격에 비해 내부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배도 시장의 수요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되기도 한다. 그래서 구입한 배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결국 전체 배 산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배를 출하하여 소득을 얻고자 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부 품질이 다소 부족한 배를 출하해야만 할 경우가 있더라도 정확하게 현 상태를 설명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이후 가격과 품질이 일치되는 상품이 생산될 때 이를 이전 구입자에게 다양한 혜택이 갈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도록 판매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즉 구입하는 소비자가 맛있고, 다시 사가고 싶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가진 서비스 문화를 배 상품에 결합시켜 상품가치를 높여야한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손님맞이를 위해 청소하고 준비하며, 동구 밖까지 나가서 손님을 맞이하던 마중문화는 우리만의 브랜드이다. 비록 맛있는 배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에게 벅찬 일이 되었지만 농업 경영인으로 거듭나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 맛있는 배 과실로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만, 나중까지 신뢰받은 서비스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정직한 배, 소비자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서비스 정신을 담은 배를 공급할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배를 생산하는 농업 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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