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응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장

봄이 오면 산과 들에 봄의 전령사들이 서로 다투듯이 꽃을 피워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진분홍의 철쭉, 연분홍의 벚꽃, 보라색의 제비꽃 등 봄꽃의 색상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단연 눈에 띄는 색은 노란색이다. 개나리, 양지꽃, 민들레 그중에서도 압권은 유채다.

유채가 노란색으로 물들일 때 쯤 우리는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유채의 꽃말은 ‘명랑’ 또는 ‘기분전환’이다. 봄바람에 노랗게 일렁이는 유채꽃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즐거워지고 기분전환이 되는 것은 비단 꽃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유채는 대표적인 겨울작물로 1970년대까지 약 2만 7천ha가 재배되었으나 이후 경제성이 낮아 2005년에는 900ha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경관보전직불금제 실시와 더불어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2016년에는 4,000ha 정도로 재배 면적이 증가했다.

유채는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꽃을 즐기는 목적, 즉 경관용으로 재배하기도 하지만, 어린 식물체는 신선 채소로 사용되어 겉절이나 나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유채는 전통적으로 봄철에 양봉농가의 중요한 밀원작물이며, 종실을 수확해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도 이용한다. 최근에는 유채기름을 석유대체용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유채박은 농업용 유기비료 및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용유는 대부분 식물성 기름이다. 기름은 지방산으로 이루어졌는데 크게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산은 소기름이나 돼지기름 등 동물성 지방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유동성이 낮아 상온에서 고체일 때가 많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주로 식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유동성이 커서 상온에서 액체이고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유채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90% 이상 함유된 매우 우수한 기름이다. 또한 불포화지방산에 올레인산이 60〜70% 이상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와 암, 고혈압 예방 등의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튀김, 볶음, 구이와 부침용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식용유는 거의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 보고자 전남 해남과 진도, 경남 창녕 등의 일부 지역 농가와 지자체에서 겨울철 유휴 농지에 경관용 유채를 재배하고 식용유를 생산해 자원순환모델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에서는 유채의 생산, 유통, 연구에 관련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유채자원순환협의체’를 구성해 유채 재배, 수확 후 관리, 착유·유통 등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매년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유채기름은 약 10만 톤이다. 국내 유채재배를 통해 국내산 유채기름의 생산과 유통이 활성화된다면 수입산 식용유 대체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유채를 1만ha만 재배해도 약 3,600톤의 유채기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3.6%의 수입대체효과가 있다.

유채재배는 겨울철 유휴 농지 이용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작물이다. 또한 국내산 유채기름 생산과 유통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명랑해지고, 농업인은 더욱 희망찬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유채의 꽃말 ‘명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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