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섭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원

한국에서 ‘꿀벌을 부르는 나무’라고 알려져 있는 쉬나무(Evodia daniellii Hemsl.)는 한국과 중국의 남서부지역이 원산지로 꿀벌들이 많이 찾아와 비비트리(Bee Bee Tree)라고도 불린다. 쉬나무의 학명에 있는 Evodia는 그리스어로 ‘향기’라는 뜻인데, 사실 열매나 꽃이 향기롭지는 않다. 아마도 유난히 꿀벌들이 많이 모이기에 이러한 학명이 붙은 듯하다.

쉬나무는 훌륭한 밀원자원으로 7~8월에 흰색 꽃을 피우는데 수꽃이 먼저 피고 암꽃이 나중에 피며 평균 10년 정도 자라면 70만개 이상의 많은 꽃이 핀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꽃이 지고 열매를 키우는 시기에도 느지막이 그리고 오랫동안 꽃을 피우기 때문에 양봉 관계자들에게는 무척 고마운 나무다.

쉬나무는 예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 중국 최초의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언급된 것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서 조선수유가 경상도 경주에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쉬나무를 ‘소등(燒燈)나무’라고 부르는데 소등은 ‘불을 밝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오기 전에는 소나무 옹이부분인 관솔이나 아주까리, 들깨에서 짠 기름으로 불을 밝혔으나 이들은 그을음이 많고 연기가 많이 났다.

반면, 쉬나무는 다른 열매보다 기름을 많이 얻을 수 있고 그을음도 거의 없으며 불빛 또한 밝고 깨끗하다. 이러한 쉬나무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성(城) 안과 선비가 많았던 지방에는 꼭 쉬나무가 심겼다. “증조부께서 쉬나무 열매로 불을 밝히고 글을 쓰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던 필자의 조부 말씀이 생각난다. 필자의 증조부는 서예가셨는데 그 동네에는 커다란 쉬나무를 볼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무릎이 탁 쳐지며 얼굴도 뵙지 못한 선조의 내력이 느껴지고 마음이 경건해진다.

또한, 쉬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며 내한성과 내병충성이 강하다. 고속도로 주변으로 높이가 10미터에 이르는 쉬나무를 볼 수 있을 만큼 내공해성도 강하다.

개화량이 많은 데다 열매는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성숙하는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관(나무갓)이 옆으로 넓게 퍼져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모양을 가지며 식재 환경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조경수로서의 활용가치도 높다. 뿐만 아니라, 쉬나무는 종자 파종, 근삽목(뿌리를 끊어 번식시키는 방법) 및 접목(접붙이기) 증식이 모두 가능한데 특히, 종자파종에 의한 증식이 잘되며 실생묘(씨모)의 개화도 5~6년이면 시작되기 때문에 종자파종에 의한 번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쉬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하여 열매량이 많으며 열매의 유지 함유율도 40퍼센트 정도로 높은 편이고 종실유(種實油)는 상온에서 산패가 일어나지 않아 오랫동안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등 유지자원으로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쉬나무 종실유를 경유와 혼합하여 최대출력, 일산화탄소의 배기량 등을 디젤엔진으로 측정한 결과 쉬나무 종실유가 디젤엔진의 바이오 연료로서 가능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화석연료 이용에 따른 이상 기후와 고유가시대가 열리면서 향후 바이오 디젤 자원으로서 쉬나무의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벌꿀 생산량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아까시나무의 쇠퇴현상에 따라 밀원의 다양성과 대체 밀원자원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쉬나무의 밀원적 가치가 대두되고 있으며, 더불어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조경수로서의 쉬나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에서는 국민의 수요에 맞는 다개화성, 열매 다수확성 쉬나무 신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품종 개발뿐만 아니라 코리안 에보디아(Korean Evodia)라는 영명으로 알려져 있는 우리 나무의 가치를 인정받고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 소득원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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