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인 석
농식품가치연구소장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쌀값이 하락세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0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15일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10일 전보다 0.1%(172원) 떨어져 12만7,780원(80㎏기준)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2년 4월의 16만4,009원에 비해 22%, 10년 전인 2007년 4월의 15만 299원에 비교해도 15%나 낮다. 이처럼 쌀값이 떨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급불균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산 쌀 생산량은 419만7,000t으로 전년보다 13만톤이 줄었지만 예상수요량 보다 29만9000톤이나 많아 누적재고는 351만톤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다. 식습관의 변화로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 1985년 128.1kg이던 1인당 쌀소비량은 지난해 61.9㎏으로 떨어졌고, 도시민 1인당 쌀 소비량는 60㎏ 선이 무너진 상태다. 여기다 해마다 40만톤 이상 넘게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쌀은 재고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타작물 경영체육성과 쌀 직불금지급제도 개선 등을 통해 쌀 중심의 생산 및 소득구조를 개선하여 쌀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로 쌓인 쌀은 사료(47만톤)로 사용하거나 가공용으로 싸게 공급할 계획이지만 추세적 과잉생산 구조 하에서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햅쌀소비촉진을 위한 정책은 없다.

쌀의 과잉생산과 소비량 감소에 대응하고 햅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정부는 밥류 제품시장에 주목하고, 산업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쌀 소비량의 감소는 가정에서의 밥소비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향후 1인가구의 증가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가공밥과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으로의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다.

지난 2010년 약 8,000억원 규모이던 HMR 시장은 2015년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는 계속돼 업계에서는 올해 밥류제품의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밥류시장 규모 24조4,000억원(2015년)에 비하면 10분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일본은 도시락, 주먹밥 등 가정간편식 시장이 22조1,000억원 대에 이르고 무균포장밥, 냉동밥 등 가공밥류 시장이 2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밥류산업 육성을 위해 원료용쌀의 생산부터 정부가 관여하고 제품군도 다양하게 분류하여 발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생산자와 제조업체간에 장기계약을 통해 원료용쌀을 생산하고 구매할 경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납아도는 쌀을 저가공급으로 처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밥류업계에서도 가격 및 품질 경쟁력과 공급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원료용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공급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라고 있다.     

1세대 가정간편식이 라면·컵라면이라면 2세대는 즉석밥과 ‘3분요리’ 등의 레토르트식품에서, 최근 등장한 3세대 제품군은 맛과 원재료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HMR제품과 다양한 가공밥 제품이다. 밥류시장이 줄어드는 가정내 쌀 소비대체는 물론 수출상품화로 신규 소비를 견인하고 농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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