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위영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연구관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동요 <흰 구름>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미루나무는 우리 삶에 매우 친숙한 나무다. 과거에는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였으나 지금은 옛 마을길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잊혀져가는 나무가 되고 있다.

이 미루나무는 포플러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산림녹화시기에 황폐지 복구용으로 마을 주변, 농로, 하천 주변이나 가로수 등으로 많이 심었다.

포 플러는 1990년대 이전까지는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도시락 등의 재료로 사용되어 우리 농촌 경제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러다 하천변 수목 식재를 억제하는 ‘하천법’ 규제로 하천변에 조성되었던 포플러가 벌채되면서 1997년 이후부터는 포플러 조림(造林)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랬던 포플러의 가치가 최근들어 재조명되고 있다. 마을길이나 강변 등에 경관수로서, 화력발전소와 가정용 보일러의 연료로 생산되는 펠릿이나 칩을 생산하는 목질계 바이오에너지원의 일종으로, 버섯 종균이나 느타리버섯 등의 배지(培地) 주원료로서 산업적 요구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목질계 바이오매스인 펠릿을 연간 1,500천 톤 전후로 수입하고 있으며, 느타리버섯류 배지로도 포플러는 연간 50천 톤 이상이 필요한데, 이 물량을 충당하려면 연간 500헥타르(ha) 이상 조림지에서 벌채, 생산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산림에는 1,750헥타르 정도의 포플러가 조림되어 있는 상태로 앞으로 버섯 배지의 수요량을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버섯 배지용 포플러 톱밥 가격은 최근 매년 오르고 있으며, 중국도 버섯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원재료의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의 포플러 원목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만 1,500여 톤의 포플러 원목이 수입될 만큼 그 목재 수요도 높은데, 포플러 원목은 뒤틀림이나 갈라짐에 강해 오랜 기간 사용해도 변형의 우려가 적고, 재질도 가볍고 부드러워 가구재로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지는 국내 포플러 수요에 비해 조림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포플러의 조림 적지는 하천변, 평지, 산지의 계곡부위다. 15~20년만 자라면 벨나이(벌기령)가 될 만큼 일반적인 수종의 1/2~1/3에 불과한 데다, 연간 생장량도 소나무나 참나무의 2~3배 이상으로 바이오매스 생산에 유리하다. 특히 농경지나 축사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질소, 인산 등의 영양물질과 오수ㆍ폐수를 흡수, 정화하는 기능이 탁월해 포플러 조림지 1헥타르가 연간 양돈 폐수 1,200톤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매립지 침출수 8,100톤 흡수로 질소오염물질을 570킬로그램(kg)이나 제거할 수 있다니 여러 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임에 틀림없다.

포플러를 농촌지역의 전통문화자원 복원 차원에서 수변 지역이나 마을 유휴지에 경관 숲을 조성한다면 행복한 쉼터로 활용할 수 있고, 더불어 농산촌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척지나 매립지에도 포플러를 심어 국내에서 요구되는 수요량을 충당하여야 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4년 목재펠릿과 같은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80퍼센트 이상 증가 시킨 신품종 포플러(현사시나무)를 개발했다. 기존 포플러(3년생 기준)는 연간 최대 10톤가량의 바이오매스가 생산되는 반면 신품종 포플러는 연간 최대 18톤의 바이오매스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2015년에는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을 생산해 붉은 색을 띄게 하는 포플러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이처럼 쓰임새가 많을 포플러가 현재로서는 산지에서 조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포플러의 수요량 충족을 위해 산에도 잘 자랄 수 있는 산지형 포플러를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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