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현 석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안전성과장

최근 OECD에서 발표한 ‘2016 과학기술혁신 미래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15년간 중대한 영향을 미칠 10대 미래핵심기술로 디지털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선정하였고, 바이오분야에서는 신경기술과 합성생물학, 바이오안전 등을 선정하였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이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제1차 녹색혁명은 1960년대 미국의 노먼볼로그 박사가 병충해에 강한 밀 품종인 ‘단간종’을 개발함으로써 시작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비료, 농약, 물, 토양 등 풍부한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농업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자원의 지속적 확보가 어려워지고 품종개발도 기존의 자원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분야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 한정된 국토는 거대한 농토를 가진 농산물 수출국과 경쟁을 어렵게 하고, 세계가 무역자유화를 외치고 생산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추구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에 대한 관심은 국민들에게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은 쌀이 남아 판로확보와 가격하락을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4% 남짓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며 쌀 이외에 밀, 콩, 옥수수 등 대다수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는 외국의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만약 기후변화나 갑작스런 병해충 발생으로 다른 나라의 잉여 농산물이 없을 때, 우리의 식량주권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중국의 국영기업 켐차이나는 세계적인 농업회사인 스위스의 신젠타 사를 430억 달러(약 4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였으며, 9월에는 독일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회사 미국 몬산토를 약 660억 달러(약 74조원)에 인수 합병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종자시장의 우위를 자치하려 몸집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종자시장은 이미 다른 사람 손 안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을 때  대부분의 종자회사가 외국회사로 팔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종자도 외국에서 로열티를 주고 구입해야하는 형편이 되었다. 그 예로 청양 고추는 우리가 개발한 품종이지만 소유권은 외국회사에 있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먹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제2의 녹색혁명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대부분의 농축수산물의 유전체 정보가 빠르게 해독되고 있고, 병해충에 강하고 가뭄, 고온, 홍수 등에 강한 새로운 유전자와 특성이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는 토지와 물 등 부존자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 질 것으로 예측되고,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UN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Top5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쌀가루, 스마트팜 등 5가지 분야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농업분야는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생존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신 과학기술을 접목한 생명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정보통신, 화학, 물리 등 타 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농산업을 창출하고,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들의 몫이다. 부단한 노력과 혁신이 우리농업을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4월 바이오경제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은 생명과학과 타 과학분야의 융합이 새로운 시장, 산물, 고용 등 막대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식량안보와 국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농업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며, 우리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기술융복합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이 융합하고, 유기농과 새로운 육종기술이 함께 상생하고 발전해 나갈 때 관련분야의 시너지를 창출하여 농업분야의 발전도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의 농업 현실이 힘들지만 위기가 바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농업여건이 어려울수록 미래를 대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농가소득 향상 및 새로운 농업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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