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세 현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장


‘옻칠이 천 년이면 황칠은 만 년’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칠하면 만 년을 간다는 신비의 금빛 천연도료로 알려져 있는 황칠나무(Dendropanax morbifera Lev.)는 난대성 상록활엽수로 우리나라의 남부 해안지역과 섬지방의 숲에서 자라며, 수피(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황금빛 진액이 나온다고 하여 황칠이라 이름 붙었다.

황칠나무는 높이가 15미터에 달하고 어린 가지는 녹색이며 털이 없는데,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다. 또한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어린 나무에서는 3〜5개로 갈라지고 톱니가 있다. 꽃은 6월˜8월 중순에 연한 황록색으로 피는데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꽃잎과 수술은 5개씩이며 화반(花盤)에 꿀샘이 있다. 황칠에 사용되는 나무의 진액은 8월에서 9월 사이에 채취한다.

고대부터 황금빛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어 온 황칠은 다른 천연도료는 물론 현대의 수많은 인공도료에서 발현하기 힘든 황금빛의 수려한 색감과 안식향(安息香)이라는 천연향을 지니고 있다. 적갈색의 칠액이 나오는 옻칠과 함께 옛날부터 귀하게 여겨진 전통 도료로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황칠은 우려낸 물을 차로 마시거나, 요리에 사용하거나 분말 형태로 갈아 다른 약재와 혼합하여 복용하는데, 특히 황칠 진액은 아주 소량으로도 그 효과가 매우 강하고 빠르다고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칠을 꾸준히 복용하면 피로도 감소, 집중력 향상, 변비ㆍ설사 해소, 근육 이완, 마음이 편안해지는 증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황칠의 천연향은 신경안정,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칠액, 열매, 잎, 수피, 뿌리는 전립선비대증 치료, 항산화활성, 항암활성 등에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기능성 식용ㆍ약용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황칠은 아름다운 황금빛뿐만 아니라 강한 내열성과 내수성, 내구성으로 고대부터 공예품의 표면 장식에 쓰였다. 황칠은 삼국시대부터 황제의 갑옷, 투구, 그 밖에 금속장신구의 황금색을 내는 진귀한 도료로 이용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으로 분류되어, 황칠나무가 자라는 지역 백성들의 고통이 심해 조선시대에는 황칠나무를 자라면 베어버렸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고대부터 황칠나무가 널리, 귀하게 이용되어 왔으나 지금은 값싼 인공합성도료의 등장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고급 공예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으며, 황금빛의 수려한 색에 향기까지 지닌 황칠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칠액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좋은 나무의 선발부터 효과적인 채취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게다가 뚜렷한 밀원(蜜源)이 없는 혹서기인 7월~8월, 무밀기에 개화하며 개화량도 많아 좋은 벌꿀을 생산하는 밀원수로서의 우수성도 검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산물의 수입개방으로 농가에서는 유망작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유전자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향토수종에 대한 쓰임새를 연구ㆍ개발하고 산업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향토수종은 지역성, 계절성 및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강하므로 자생지를 중심으로 집중 육성하여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특산화한다면 우리만의 고유 브랜드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황칠나무는 천연도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밀원 및 식용ㆍ약용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단기소득품목의 소득자원화를 위하여 수요자 맞춤형 신품종 육성과 활용도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