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연구관

벚꽃과 진달래, 개나리가 봄나들이를 재촉하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큰 일교차에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미세먼지에 봄철 황사까지 겹치면서 ‘면역력’ 강화를 식품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밤(栗)은 면역증강은 물론 혈관과 심장 질환 예방, 항노화 및 피부미용에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다.

과거 밤나무는 집 안마당이나 근처 논·밭둑에 심어 보릿고개를 견디게 하는 고마운 구황작물이었으며, 호두, 은행과 함께 액을 쫓는 부럼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다. 특히 귀농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손쉽게 가꾸고 돈이 될 수 있는 품목을 찾는데 밤을 비롯한 유실수(열매는 맺는 나무)가 관심을 받고 있다.

알고 보면 밤만큼 영양가가 풍부하고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과실도 없다. 밤은 탄수화물이 가장 많고 단백질, 칼슘,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이 빠짐없이 들어 있다.

특히 식물의 배아(胚芽)에 많은 비타민 B1의 함량은 쌀의 네 배나 되며, 인체의 발육과 성장을 도와주는 비타민 D 역시 풍부하다. 다른 견과류와 달리 비타민 C와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물질인 카로티노이드 성분도 풍부해, 소화성과 약리성이 좋아 환자의 병후 회복식과 어린이 이유식으로도 훌륭하다.
또한 호두, 아몬드 등 다른 견과류에 비해 칼로리 및 지방 수준이 매우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특히 밤의 당지질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증강 효능을 나타내는데 대식세포는 면역세포로 항미생물 및 항암작용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과 바쁜 현대인들에게 좋은 건강식품이다. 게다가 먹는 부분인 밤 과육은 밤송이 및 껍질에 싸여 있어 다른 과실에 비해 농약으로부터 안전해 무공해 참살이 식품으로도 으뜸이다.

밤은 생밤 자체로도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조리하기도 쉬워 우리 식생활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굽거나 삶아서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황율(黃栗)이나 밤가루를 만들어 빵이나 각종 면류에 넣어 이용하기도 한다. 밤밥, 밤죽, 밤떡, 밤미음, 삼계탕과 같은 각종 탕류에도 첨가되고, 한과나 음료로 가공되는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밤나무는 대한민국의 허파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우리나라 밤나무가 총 2,586만7,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연간 129만3,000톤씩을 계속 저장한다고 한다. 전국 밤나무가 승용차 53만9,000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우리나라 토종밤은 맛이 좋고 추위에도 강하지만 병충해에 약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8년 병충해에 강한 일본 밤의 장점과 맛이 뛰어난 중국 밤의 장점을 결합하여 ‘대보밤’을 개발했다.

대보밤은 국내 유통되는 20여 종의 밤 품종 가운데 크기가 크고 맛이 좋아 생밤(깐밤)으로 먹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외관이 깨끗하고 속껍질이 잘 벗겨져 군밤용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은 추석 전에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 신품종 밤 ‘한가위’를 개발했다. 이 밤은 밤알 무게가 크고 생장 속도도 빠르며 일본산 조생종 밤인 단택보다 크기가 커서 수확량이 많다.

밤나무는 현재 충청지역의 공주·부여·청양·충주와 전남지역의 광양·순천·구례·순창, 경상지역의 산청·하동·진주 등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2015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밤 생산량은 5만9,000여 톤으로 약 1,180억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도 밤 신품종 개발과 기능성물질 연구 등을 통해 소득을 올려주는 임산물이자 대기환경 지킴이인 밤나무가 더욱 왕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밤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등공신 임산물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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